30억 아파트 200채 값을 주고 그림을 샀다. 누가?

【별별 경제학 16】

by Henry

59년 만에 750억 배 가격이 오른 그림

"최종 4억 5천만 달러(현재 환율로 약 5,840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2017년 11월 가을이 깊어 겨울로 넘어가는 어느 날,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울려 퍼진 소리다. 이 돈이면 30억짜리 아파트 200채 가까이 살 수 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소식은 따로 있다. 이 그림은 불과 12년 전인 2005년 경매에서 1만 달러(약 1,300만 원)에 팔렸었다. 12년 만에 가격이 무려 4,500만 배나 하늘로 수직 상승했다.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면 재미없다.

“최종 6달러에 낙찰되었습니다.”


1958년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 팔린 그림의 가격이다. 그림이 별 볼 일 없었던 모양이다. 하긴 누가 봐도 그림 상태가 엉망이고, 작가가 누군지도 불분명했다. 그림 소유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라고 경매에 올렸지만, 사람들은 레오나르도의 진품이 아니라 짝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런 말도 안 되는 헐값에 팔렸다.


놀랍지 않은가. 같은 그림인데 가격이 이리도 차이가 나니 말이다. 그것도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구세주)>가 말이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같은 그림인데 이렇게 가격 차이가 크게 날까? 1958년에 6달러면 물가 상승을 감안해 아무리 많이 쳐줘도 몇백만 원이다. 그런데 그림값이 5,840억 원이라니? 그것도 약 59년 만에 750억 배나 오르다니,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질 지경이다.


<살바토르 문디>는 레오나르도가 프랑스 왕가를 위해 1500년경에 그린 작품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출신 왕비가 1625년 영국의 찰스 1세와 결혼하면서 영국 왕실로 넘어갔다. 찰스 1세의 소장품이던 이 그림은 1763년 경매에 처음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그러다가 1900년경 영국의 그림 수집가의 손에 들어가면서 다시 존재를 드러냈다.


<살바토르 문디> 복원 전과 복원 중, 사진 : 나무위키


그동안 그림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해지고 찢어지고 군데군데 종이가 파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한 몰골로 세상에 다시 나타났다. 그 상태에서 1958년 작품이 미국 소더비 경매에 올라왔으니, 제값을 받았을 리 만무하다. 도저히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렸다고 봐주려야 봐줄 수 없다. 기껏해야 모방 작품이 어디서 굴러다니다가 진짜인 양 행세한다고 생각했다.


누가 샀나?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는 세상을 구원하는 분이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오른손 두 손가락은 축복을 내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왼손에는 세상과 우주를 상징하는 투명한 구슬을 쥐고 있다. 가로 45㎝, 세로 66.5㎝ 작은 크기의 그림이지만,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2005년 전문가들은 이 작품의 복원을 위해 그림을 구입했다. 그 사이에 값이 꽤 올라 1만 달러(약 1,300만 원)나 되었다. 복원 전문가들이 덧입혀진 물감을 걷어내는 등 6년에 걸쳐 문디를 복원했다. 그림의 본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나자, 엄숙함과 위용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도는 이 그림을 색과 색 사이 경계선 구분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 흐릿하면서도 부드럽게 처리하는 스푸마토(이탈리아어: Sfumato) 기법으로 그렸다. 레오나르도가 이 기법을 사용해 그린 대표적 작품이〈모나리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살바토르 문디>를 '남자 모나리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복원 후 <살바토르 문디>



그림 복원에 성공한 후 미술 역사상 가장 큰 반전이 일어났다. 영국 국립미술관 내셔널갤러리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품이라며 갤러리에 전시했다. 예술계가 발칵 뒤집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은 기껏해야 20점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진품이 등장한 것이다.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던 그림은 하루아침에 세상에서 가장 귀한 몸이 됐다.

사실 이 작품의 진위를 둘러싼 논쟁이 꽤 오랜 시간 계속됐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그림이 맞다는 측과 아니라는 측이 팽팽히 맞섰다. 이 논쟁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 영국의 내셔널갤러리다. 아직도 진위가 의심스럽다는 주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셔널갤러리와 세계적인 권위자들이 진품으로 판정했으니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사진 출처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111711234363905


누가 이 그림을 샀을까? 그 사람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위 계승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로 알려졌다. 1985년생인 그는 약 3,000조 원의 재산을 가진 부자이며 권력자이다. 형제만 해도 수십 명이나 되는 왕가에서 그의 왕위 계승 서열이 한참이나 아래였다. 그런 그는 모략과 음모로 피를 나눈 형제들을 하나하나씩 제거했다. 심지어 무함마드는 형제들을 납치하고 암살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그가 거금을 들여 왜 <살바토르 문디>를 샀을까?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가 잔혹한 살인자의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서 그랬다는 설이다. 그는 속으로 예술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그래서 <살바토르 문디>를 구매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빈 살라만 왕세자가 <살바토르 문디>를 구매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구세주로부터 구원받았나 보다. 그의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가 잔혹한 권력자의 이미지를 덮는 데 어느 정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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