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슬기로운 만화책 읽기

by Henry

만화책도 책은 책이지만

너무 빠지면 좋지는 않아

몰입하기에는 내용이 가벼워서

생각이 얕아질까 두려워




'마법천자문'에 빠지는 건 어떤가?

만화 '마법천자문'의 바람 風


"불어라! 風, 바람 풍 風!"

보리도사가 마법 한자 風 을 외치자 휘이이이잉~~ 하고 거센 바람이 불어.


"마법천자문"에 나오는 내용이야. 이것은 중국의 고전 소설 《서유기》를 바탕으로 쓴 한자를 배우는 만화책이야. 손오공이 보리도사한테 겁 없이 덤비다가 보리도사의 '바람 風' 마법에 혼쭐이 나는 장면이지. 보리도사한테 엄청 혼이 난 손오공은 그의 제자가 되어 한자를 배우는 모험의 길을 떠나지. 손오공은 고향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마법 한자를 배우고, 그 힘으로 악당들을 물리친다는 환상적인 이야기야.


만화로 한자를 배우면 얼마나 배우겠냐고 헛웃음 치는 사람도 있을 거야. 그런데 그냥 만화와 다른 점이 많아. 한자의 마법으로 악당을 물리친다는 발상도 독특해. 사실 요즘 아이들은 한자를 배울 기회가 없어. 자칫하면 지치기 쉬운 한자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치를 해두었어. 한자가 잘 외워지지 않으면 앞에 주문 같은 걸 붙여서 기억하는 요령도 좋고, 만화 카드를 모으는 것도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


갑자기 웬 만화책 이야기를 하냐고? 어제 아주 친한 후배를 만났어.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가 '마법천자문'에 푹 빠졌다고 해. 전체가 3부작 59권으로 되어 있는 장편 만화책이야. 아이가 한자를 익히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인정해. 만화책 가운데서 드물게 우수한 교육 콘텐츠로도 인기가 높아. 아이가 다른 책도 같이 읽으면 좋은데, '마법천자문'만 들고 있는 것이 후배의 고민 아닌 고민이지.


후배의 딸아이는 반듯하고 영민하고 똑똑해. 엄마, 아빠의 교육열도 높지만, 그렇다고 아이한테 공부만 강요하는 것은 아니야.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아이의 학습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모범적인 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어.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고 아날로그적 애정을 듬뿍 쏟는 행복한 가정이야. 아이는 선행 학습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예술과 체육 활동을 더 많이 하고 있어.


현재로 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오히려 아이만 생각하면 이상적인 양육 환경이라 할 수 있어. 그렇지만, 아이의 먼 장래를 생각하면 부모는 늘 고민하고 혼란스러워. 이렇게 키우는 것이 맞는가? 다른 아이한테 뒤지면, 나중에 경쟁에서 탈락하는 건 아닐까? 현재는 시작이고, 미래는 확정되지 않았으니, 누군들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것이 세상의 모든 부모 마음일 거야.


만화책은 재미있어.

만화책은 재미있어. 어른들도 그런 추억 하나쯤은 갖고 있을 거야. 동네 어귀 만화방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해 어스름할 때 집으로 돌아온 엄마한테 혼난 일 말이야. 그때는 뭐가 그리 좋았는지 만화책에 푹 파묻혔지. 그건 지금 아이들도 마찬가지야. 다양한 그림과 색깔과 독특한 캐릭터의 만화는 아이들의 혼을 쏙 빼놓지. 이야기 구조가 단순해서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워. 그래서 아이들은 쉽게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


만화책을 읽는 것은 아이들의 언어 습득과 읽기 기술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해. 만화 속에 등장하는 단어와 대사는 아이가 새로운 단어와 문장을 배우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만화를 통해 표현 능력을 향상하고, 주인공에 감정을 동화함으로써 공감 능력을 키울 수도 있어. 이렇게 보면, 만화책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잖아. 왜 만화책 보는 것을 말리려 하는 것일까?


아이가 만화책에 한 번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몰라. 한 자리에서 몇 시간이고 만화책만 읽는 거야. 아동기나 유치원 시기에 익혀야 할 다양한 활동과 경험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 문제야. 놀이도 학습이고 운동도 경험인데 만화 보느라고 이런 것을 멀리할 수 있어. 악기도 배우고 무용도 배워야 할 시간에 아이가 만화책에 빠진 아이를 보면 걱정을 안 할 수 없지.


만화책을 읽는 데는 그리 큰 집중력이 필요 없는 경우가 많아.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야기 구도가 단순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줄거리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 그래서 만화책에 빠지면 정작 책 읽기를 멀리하게 될 위험이 커져. 아이 때 갖춰야 할 다양한 장르의 지식과 폭넓은 통찰력을 배울 기회를 놓치는 게 큰 걱정이야. 나중에 학습 교재를 읽을 때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어. 혹시라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어.


마법천자문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은 특정 주제, 장르 혹은 스타일의 책만 읽는 경향을 보이기도 해. 어떤 아이는 공룡이나 동물에 관한 책만 찾고, 또 다른 아이는 판타지 이야기나 만화책에만 관심을 두지. 독서 편식은 아이들의 다양한 독서 경험과 인지 활동을 제한하고 고른 두뇌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어. 시간이 지나면 아이의 독서 편식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그동안 아이의 뇌가 한쪽으로 치우쳐 발달할까 봐 걱정이야. 어린 시절에는 두뇌의 여러 영역을 골고루 발달시키는 것이 좋아.


'마법천자문'이 분명 아이한테 도움이 되는 것은 맞아. 하지만, 너무 오래 또 깊이 빠지면 후유증이 염려되기도 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렇다고 당장 '마법천자문'을 끊거나 강제로 읽지 못하도록 하면 안 돼. '마법천자문'의 장점을 살리면서 서서히 아이가 다른 책을 읽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아. 부모가 성급하게 강요하면 차라리 그냥 두는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


시간 날 때 아이 손을 잡고 서점에 가는 거야. 거기서 아이가 관심을 가질 만한 판타지 책을 고르는 것도 좋아. '손오공'을 주인공으로 한 책이나 또 다른 판타지 이야기책도 괜찮아. <서유기>도 있고, <손오공의 여행> 나 <나니아 연대기>도 있어. <나니아 연대기>가 어렵다고 느끼면, 엄마, 아빠와 함께 읽으면 될 거야.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왜 나왔을까.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 습관, 언어 사용법 등을 모방해. 부모의 행동과 태도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야. 아이들은 자라면서 주변 환경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대상이 엄마와 아빠야. 그래서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모범을 보여야 해. 힘들어도 어쩌겠어. 아이를 잘 키우려면 그 정도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엄마와 아빠는 스마트 폰을 보면서 아이한테 책을 읽으라고 한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하면 기분이 어떨까? 아이의 기분이 썩 좋을 리가 없어. 아이가 초등학교를 고학년이 되면, 평생 독서 습관을 갖추게 돼. 그때까지는 엄마, 아빠가 힘들어도 아이가 책을 읽을 때는 함께해야 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덮어두고 말이야. 엄마, 아빠와 함께 읽고, 책 내용을 가지고 대화한다고 생각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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