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커피 칸타타

by Henry

며칠 동안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어. 되는 일도 없고, 될 법한 일도 없는 그런 시간. 아니 그런 느낌과 감정들로 우울감과 의기소침함에 침묵했어. 말도 아끼고, 생각도 줄이고, 그저 조용히 시간을 보냈어. 언제까지 기분이 가라앉을 수 없는 노릇이고 보면, 뭔가 변화가 필요해. 아주 사소한 것부터 바꿔봐야겠어.


오늘은 예가체프와 콜롬비아 후리아를 5:2에서 5:4의 비율로 섞었어. 산미를 줄이고 강한 맛을 높이고 싶어. 로스팅한 커피콩을 곱게 갈았어. 백수십 번쯤 돌렸을 거야. 기계의 손잡이가 허공을 가를 때 멈췄어. 곱게 갈린 커피 가루가 풍성했어. 그리고 타오르는 촛불 옆에서 커피를 내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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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 가득 커피를 담고는 촛불을 껐어. 커피 향이 방 안 가득 퍼지게 했지. 그리고 커피 애호가인 바흐가 작곡한 ‘커피 칸타타’를 듣고 있어. 조수미의 목소리가 청아하게 울려 퍼져.


“아! 커피가 얼마나 달콤한지 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하고, 머스커텔 와인보다 부드러워. 커피! 커피! 나는 커피를 마셔야만 해. 누가 나를 대접하고 싶다면 아! 아! 아! 그냥 커피 한잔 주시면 돼요.”


“커피 한잔을 만드는 원두는 나에게 60가지 영감을 준다.”라고 베토벤이 말했다고 해. 커피 사랑하면 베토벤을 빼놓을 수 없어. 베토벤은 늘 손수 커피를 만들어 마셨지. 그는 커피콩 60알로 커피 한 잔을 내렸어. 손님이 와도 한 사람당 커피콩 60알을 일일이 세어 커피를 대접했지. 지금도 커피의 세계에서 숫자 ‘60’은 ‘베토벤 넘버’라고 불린다고 해.


천재는 보통 사람과 뭐가 달라도 다른가 봐. 한잔의 커피에서 그 많은 영감을 얻다니 놀라워. 나는 하나의 영감만 얻어도 참 좋겠어. 보통 사람으로서야 커피를 마시는 순간만이라도 마음이 편해지길 바라야지. 감히 베토벤 같은 천재가 얻는 영감을 어찌 바랄 수 있을까. 한잔의 커피를 마시고, 의욕을 되살리면 좋은 일이야.

머릿속에서 든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속상해. 하얀 도화지만 보면 숨이 막히고, 빈 모니터만 보면 손가락이 굳어지는 것을 어찌할까. 그저 노력한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즐거움을 느껴야지. 더 바라면 마음이 우울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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