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재능 없는 열정

by Henry
부벽루(1912년).jpg <부벽루(1912년> 사진 출처 :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


고려의 대시인 김황원(金黃元, 1045~1117)

해동 제일의 문장가인 그가 대동강의 부벽루에 올라

절경에 감동하고는 붓을 휘날리며 시를 썼어.


長城一面溶溶水

大野東頭點點山

긴 성곽의 한쪽에는 강물이 넘치고

너른 들 동쪽 끝으로 점점이 산이로구나.


힘차게 시작한 붓은 발길을 멈춘 채

한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붓을 잡은 손을 떨기만 할 뿐


강변 풍경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리자

시상이 떠오르지 않는 서러움에

문장으로 중국에까지 이름을 날린 그는

부벽루 기둥을 잡고 통곡했다고 해.


하물며 재능 없는 나야

서러워할 게 뭐 있을까만

재능 없는 열정은 슬프고

열정 없는 재능은 참 공허한 것 같아.


허무하지 않고

공허하지 않으려면

재능과 열정이 함께해야 하는 법

안타깝게도 그게 쉽지 않아.


늘 허무에 휩싸이고

자주 슬럼프에 빠지는 것은

재능 없는 열정 탓이야.


열정마저 사라지면

공허하지 않고

허무하지 않고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이도 저도 아니면 방법은 하나뿐

열정이 사라지는 두려움을

재능 없는 서러움보다 더 크게 느껴야 해.

그때 비로소 그저 좋아서 할 수 있겠지.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요리하든

운동을 하든

번민하지 않고

열심히 그리고 쉼 없이

그렇게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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