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대시인 김황원(金黃元, 1045~1117)
해동 제일의 문장가인 그가 대동강의 부벽루에 올라
절경에 감동하고는 붓을 휘날리며 시를 썼어.
長城一面溶溶水
大野東頭點點山
긴 성곽의 한쪽에는 강물이 넘치고
너른 들 동쪽 끝으로 점점이 산이로구나.
힘차게 시작한 붓은 발길을 멈춘 채
한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붓을 잡은 손을 떨기만 할 뿐
강변 풍경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리자
시상이 떠오르지 않는 서러움에
문장으로 중국에까지 이름을 날린 그는
부벽루 기둥을 잡고 통곡했다고 해.
하물며 재능 없는 나야
서러워할 게 뭐 있을까만
재능 없는 열정은 슬프고
열정 없는 재능은 참 공허한 것 같아.
허무하지 않고
공허하지 않으려면
재능과 열정이 함께해야 하는 법
안타깝게도 그게 쉽지 않아.
늘 허무에 휩싸이고
자주 슬럼프에 빠지는 것은
재능 없는 열정 탓이야.
열정마저 사라지면
공허하지 않고
허무하지 않고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이도 저도 아니면 방법은 하나뿐
열정이 사라지는 두려움을
재능 없는 서러움보다 더 크게 느껴야 해.
그때 비로소 그저 좋아서 할 수 있겠지.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요리하든
운동을 하든
번민하지 않고
열심히 그리고 쉼 없이
그렇게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