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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운동 무화과 Oct 30. 2022

지난 사랑은 새로운 사랑으로 잊는다

이직한 이야기

결국은 리더의 인격이다.

조직문화, 조직문화 이야기 많이하고, 공부도 하고, 묘수들을 따라하기도 하지만 효과가 없어요. 왜일까? 

급여를 올려주고, 보너스, 인센티브, 스톡옵션을 듬뿍 주면 내 마음을 알아주고 열심히 일 할 것 같지만, 그 약효는 3개월, 6개월이면 끝나고 말아요. 많은 경우 금전적 보상이 뇌물로서 작용해요. 돈 쓰고 주식주면서 뇌물에 반응하는 질 나쁜 조직을 구축하고 실패하고 있을지 몰라요. (보상이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돈으로 사려고 하는지 돌아봐야하죠. 보상의 동기와 문맥이 더 중요하죠)


결국은 리더의 인격이어요.  

정직하고(정말 정말 중요해요. 모를 것 같지만 사소한 불일치, 모면하려고 한 작은 거짓말 다 보여요), 

일관성 있고(정말정말 중요해요. 오락가락하는 사람을 믿고 신뢰하고 따르기 어렵죠. 오락가락하는 이유가 바로 감정을 이기지 못하거나, 두려움 때문이거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약함 때문이기도 해요) 

권력을 가지고서도 겸손함과 인간적인 태도가 조직문화의 시작이자 사실상 전부라고 할 수 있어요. 

요란한 구호 멋진 프로그램들도 리더의 인격과 말과 행동의 검증이 받쳐주지 않으면 다 도루묵이죠.

조직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에서 시작한다.


- 스타트업 씬의 구루, 권도균 대표의 페이스북에서 




이런 글을 보면서 왜 묘하게 자위하고 있는 걸까?

그래, 그 새끼는 인성이 글러 먹었기 때문에 머지 않아 망할 거야, 라고 계속 생각하면서, 그 증거들을 계속 수집하고 있는 것일까. 

찌질하지만 당분간은 이렇게 살 것 같다. 마음을 달리 먹고 싶다고 그렇게 될 것 같지도 않기 때문에...

입사하고 그냥 내 생활하느라 정신 없었는데, 저번에 회사 사람을 만나고 나서 욕을 너무 오랫동안 들었더니 ptsd마냥 다시 옛기억들이 살아나 버렸다. 아무리 봐도 거기는 망할 수밖에 없긴 한데, 빨리 그 꼴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하다. 아니, 어쩌면 천천히 망하는 것도 괜찮겠다^^ 망해도 왜 망했는지 객관화가 안 되겠지만.




"내가 지금 그 자리가 탐나서 이러는거처럼 보이느냐"

"내가 돈벌려고 이러고 있는게 아니지 않느냐"

"나를 무슨 사기꾼처럼 보는거 같은데 기분 나쁘다"

"내가 이 권한을 유지하려고 지금 이러는걸로 보느냐"

"내가 무슨 이익을 보려고 이 말 하고 있는 거 같으냐"


살면서 이런 말 종종 듣는다. 거의 100% 그말의 의미는 반어적으로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나는 명분이 없어 자격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자리가 탐나는데 왜 너는 방해하느냐"는 의미이고 그걸 우회적으로 주장하기위해 궤변을 펼치다가 안되면 마지막으로  외치는 말이다.

이런 사람은 절대로 그 자리를 줘서는 안되고, 그 돈을 가지도록 해서도 안되고, 사기를 허용해서도 안되고, 권력을 줘서도 안된다. 잠깐 불편한 걸 피하려고 양보했다간 더 큰 걸 당한다. 뻔한 궤변을 계속들으면서 스트레스 받고 손해는 손해대로 보다가 결국은 관계를 지속한 기간과 비례한만큼 나쁘게 헤어진다.

궤변을 펼치는 이런 사람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약하고 선한' 사람에게 붙어서 그 마음의 기력이 다 빠질 때까지 빨고나서 떨어지는 거머리와 같은 존재다.

제일 좋은 것은 아예 안 만났으면 좋지만 그건 불가능하고 일단 만나더라도 이런 이야기와 궤변을 듣는 순간 가능한 일찍 관계 손절하는 게 최선이다.




이런 글을 봤다. 내가 다 들었던 말이어서 웃겼다. 이렇게 인생 먼저 산 사람들의 조언들이 널렸는데, 왜 이것들을 진작 몰랐을까?

사실 그렇지만 진작 봤더라도 겪어 보기 전에는 와닿지 않을 것이다. 불변의 진리처럼 모든 불행에 대해 사람들은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백번 글로 읽어도 창업 한 번 해보는 것과는 그 깊이가 다른 것처럼, 경험하기 전에 읽었다면 끄덕끄덕 너무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타인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생각보다 별로 내켜하지 않고, 그래서 갈등을 대충 덮으려고 하고, 은근히 알 수 없는 부분에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파악했기에, 앞으로는 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보는 걸로 다짐해본다.




이직하고 처음으로 타운홀 미팅을 하면서, 대표가 1시간 가량을 팀원들 앞에서 IR하고 질의응답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차근차근 조곤조곤 우리 회사가 처한 환경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것부터, 질문이 있는 팀원들에게 너무 좋은 질문이라며 띄워주며 답변해주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일단 말을 정말 잘해서 감탄했고(대표들은 다 말을 잘 해야 하나), 그 전달 과정이 오히려 적당히 차분한 속도로 진행되어 이해가 더 잘 되는 느낌이었다. 절대 팀원들의 그 어떤 질문을 무시하거나 깔보지 않고, 우리 서비스에 관심 갖고 질문 줘서 너무 고맙다는 그 태도에, 팀원들이 너도나도 앞서서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그 사람이 이전에 보험왕을 찍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필터가 씌워진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사람의 마음을 사는 데에는 정말 탁월한 사람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어쩌면 이전 회사에서는 내가 느끼지 못했던 ‘진정성’의 측면일 지도.


마냥 상대의 이야기를 곧이 곧대로 듣지 못하고, 그 뒤에 뭔가 숨겨 있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되고, 그런 의심을 해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곳. 그런 곳에서 벗어나서 느낀 이 곳의 인상은 이렇다.   


- 나의 팀은 순전히 나의 책임 하에 내 판단에 맞춰 움직일 수 있고

- 팀원의 언더퍼포먼스가 팀장의 무능으로까지 과하게 책임전가되지 않고

- 이번엔 어쩌다 삐긋하여 실패하더라도, 감정적인 비하를 받는 게 아닌, 더 나은 테스트를 위한 발판으로 이해하고 다음을 위해 서로 힘을 모으는 곳


이런 문화를 만들어낸 운영진과 팀에 대해 일종의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어쩌면 이전의 회사가 비정상적인 것일 수도 있다) 

대표가 사람 좋고 물렁해보이면서도 핵심은 굉장히 잘 파악하는 편이라고 느껴졌고, 중심을 스스로 잘 잡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타인을 배려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해야 하는 말은 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 할 말을 상대의 기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런 측면도 고려해보자, 물론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하는 태도로 말하는 게 눈에 띄었다. 매사 모든 말을 공격성이나 방어성을 갖고 하는 곳에 있다 보니, 점잖은 대화들에 놀랐던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이 무조건 맞을 것이라는 지긋지긋한 오만으로부터 벗어나, 팀의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자는 그 태도가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었다.


너무 부럽다. 

팀이 삽질하던 시기를 같이 이겨낸 팀원들이 아직 남아 있고, 그들이 존중 받는 것도 너무 보기 좋고, 그 때의 기억을 추억하며 같이 웃을 수 있는 것도 정말 좋은 것 같다.

나도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그게 정말 이뤄진 곳에 있다 보니,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요즘은 회사 다니면서 부럽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이런 팀을 일군 운영진들은 얼마나 뿌듯할까. 그리고 그 팀원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전 우리 회사를 입사했던 한 달차 팀원들은 어떻게 느꼈으려나?

딱 입사 한달되는 날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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