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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운동 무화과 Oct 30. 2022

어떻게 살 것인가

살 만하니까 고민하게 되는 질문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삶이 좋은 삶일까?”


요즘 나의 화두다.

사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질문들이다.

어쩌면 바쁠 땐 까먹고 살다가 조금 한가하거나 무료해지면 생각나는 것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대학교 2학년 때 한참 우울할 정도까지 이것에 대해 고민하면서, 사춘기처럼 찾아온 삶의 질문이라고 여겼었다.

그리고 나이가 더 들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럴 듯한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향해 정진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느덧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시간이 모든 걸 답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달라진 것은 그래도 더 많은 이야기들을 접해서 지식적으로는 그래도 확장되었다는 것과, 분명한 답이 없어도 어떻게든 살아지긴 하니까 더 여유를 갖고 탐색하게 되었다는 것. 지금 당장 나의 행동에 대한 명쾌한 목적이 없더라도, 지금 내가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 나에게 맞다, 라는 작은 생각 하나 생긴 것도 발전이라면 발전이라고 볼 수 있을까?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중에서 그래도 내가 납득할 만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이런 것이다.

   

- 좋은 삶과 즐거운 삶은 다르다(윤리학)

-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삶은 그 자체로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실존주의)

몰입하는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이다(칙센트미하이)

단순히 쾌락을 추구하기보다는 의미를 좇아야 한다(로고테라피)

진정한 행복은 맛있는 음식 + 관계 에서 온다(진화론)


내가 마음에 드는 류의 글만 더 인상 깊게 봐서 그런지 다들 비슷한 말을 각자의 용어를 써서 반복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까지 한다.


현대인에 대한 진찰 역시 비슷하다.


현대인들은 전통도 사라지고, 자동화로 할 일도 사라져서 대혼란 상태

허무주의에 빠지기 아주 쉽고, 요즘 전세계 젊은이들이 다 그러고 있다

목적 없이 끝없는 소비만 하고 있다

주의력결핍장애. 다들 너무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신경 쓰는 나머지 집중을 못한다

자연과의 연결이 끊어졌다




이론은 충만하다. 그렇다면 이제 내 삶에 대입하고 적용해서 답이 명쾌하게 나올 것 같은데, 이게 또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몰입'이 있는데, 용어에 대해서는 진작 중학교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중고등학교 때에 나는 정말 공부에 몰입했던 것 같다. 나름 스트레스 받는 것도 있었지만, 충분히 견딜 만했고 재미있었다(물론 기억이 미화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몰입에 대해 볼 때마다 생긴은 의문은 ‘그렇다면 무엇에 몰입해야 되는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이론적으로는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하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까지 좋아하던 게 있던가? 그리고 그걸 찾을 수 없다면 난 결국 몰입하지 못하는 삶, 즉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건가? 뭐라도 하나 잡아서 몰입해야 되는 건가?


그러다 보면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와서 다시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 좋아하는 건 많다.

- 그렇다면 몰입할 만한 것은?

- ???




어제 읽은 빅터 프랭클의 책에서 그는, 삶의 의미에 대해 자꾸 질문을 던질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내 삶에서 답은 내가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답은 던진다고 나오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 남들의 답을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그들이 답일 뿐이라는 것.


꽤나 충격적이었다. 나는 질문을 던지는 것에 익숙했던 지라.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사람이 웃긴 게, 관성이라는 게 있어서 또다시 삶의 의미에 대한 글이 보이면 자연스레 뭐 새로운 얘기는 없나 보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누군가가 이미 보장해 놓은 안전하고 쉬운 길을 원했던 것일 지도.


5년 전 그때와 마찬가지로, 어쩌면 나는 매번 이런 질문에 잠시 고민하고 머지 않아 잊었던 것은 아닐까?

적당히 기분이 나아지고 적당히 삶이 바빠지면 자연스레 머릿속 어딘가로 묻힌 채로, 그래도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하면서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스스로에 감탄하며, 그렇지만 직접 답을 찾기는 귀찮아 하며, 어찌저찌 살고 있었을 테다.

아직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이 있을 거야, 라고 기대하며, 어느 날 갑자기 꽂히는 뭔가가 나타나길 기대하며.


아니, 근데 이렇게 계속계속 찾아봐도 계속 궁금한 걸 보면,

여기가 내가 몰입해야 하는 영역인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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