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운동 무화과 Oct 30. 2022

우린 왜 그렇게 대화가 안 통했을까?

대표와 안 맞았던 이유들

1. 타인을 judging하는 말을 자주 한다

이전부터 보아 오면서 굉장히 놀랐던 부분 중에 하나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오면 아주 빠르게 사람에 대한 판단이 이뤄진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사람이 아니면 웬만한 경우에는 상대는 깔보는 식의 평가가 이어진다. 그 사람의 좋은 부분에 대해서는 신기할 정도로 보지 않는 편.

그러다 보니 나에 대해서도 내 뒤에선 저런 식의 평가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도 평가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일관성 없는 대표의 성격 특성 때문에)어떤 말에 대해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 모르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2.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본인의 에고가 지나치게 비대해서인지, 적지 않은 세월 살았음에도 사회화가 덜 되었다. 자신의 판단 체계를 통해 사람이나 상황을 바라보는 데 능숙하고(익숙하다는 것을 뛰어넘어, 쓸데없이 과하게 능숙하다), 확증편향이 심하다. 자신의 판단 체계에 오류가 있을 것이라 추호도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과 다른 의견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중요한 건 그 판단 체계 역시 객관적으로 크게 대단하지 않는 생각 체계이기에, 그저 그가 세상을 단편적으로 바라본다고 느껴질 뿐이다.

애초에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공감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기에,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지도 않고, 나의 사생활을 공유하고 싶지도 않다.


3. 자기 객관화가 떨어진다

지금까지 팀의 모든 성과와 업적이 모두 자기 자신으로부터 기인했다고 믿고 있다. 그렇기에 팀원이 특정 인물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더 좋은 성과가 나왔을 거였다는 말도 해당 인물 앞이나 뒤에서 아무렇지 않게 한다. 분명 컨펌은 본인이 내렸음에도, 일을 실행했을 뿐인 팀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데에 굉장히 뛰어나서, 모든 일의 결론이 잘되면 자기 탓, 안 되면 남 탓하게 되는 식으로 끝난다.

그렇다고 엄청 유능한 것도 아니어서 팀원의 성장을 이끌어내지도 못한다. 결국 모든 과정을 지켜 봤고, 그 옆에서 충분히 피드백을 할 수도 있는 것인데, 정작 그 과정에서는 별 말 없이 있다가 다 지나간 후에 평가만 할 뿐이다. 어디가 잘못 되었냐는 말에는 본인도 뭐라고 짚어 설명하지 못하면서, 그걸 모른다는 것 자체가 무능하다는 식으로 가스라이팅한다.


4. 남 뒷담화를 너무 많이 한다.

평가하는 말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기본적으로 뒷담화를 많이 한다. 어쩌면 평가를 즐기는 사람이기에 뒷담화 자체에 대한 문제 의식 없이 그저 숨쉬듯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다. 나 없는 자리에서 내 욕도 많이 하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다른 팀원들 통해서 뒷담 했던 내용들이 들려 왔다. 자신의 확증 편향을 강화하기 위한 뒷담들을 많이 하며, 결국 이것이 당사자에게까리 닿을 수 있다는 식의 사고까지는 확장되질 못한다.

결국 팀을 이끄는 것이 본인의 역할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제 얼굴에 침 뱉기인 줄도 모르고  팀원의 욕을 끊임없이 한다. 기본적으로 팀원들을 일회성 소모품으로 생각하기에, '성장'을 주창하고 있으면서도 '같이 커나가자. 덕분에 우리 팀이 성장할 수 있었다'라는 마인드셋보다는 '그때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리는 컸고, 너는 거기까지다'라는 식의 가스라이팅 수법을 자주 쓴다.


5. 알맹이 없는 말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주변에 간신배들이 꼬이게 된 계기일 수 있겠다. 실속 없는 말에도 잘 홀리고, 실제와 거짓을 분간하는 눈이 없다. 실제로 '자기 어필' 자체가 개인의 능력이라고, 그 능력을 키우라고까지 팀원들에게 말한 적도 있었다. (배민에서는 팀들 간의 협업을 막고, 자기 공적 세우는 데 집중하는 팀이 생겨날 수 있기에, 애초에 자기 어필을 많이 하는 팀원을 뽑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본인도 알맹이 없는 말만 번지르르하는 데 능숙하다 보니, 끼리끼리 모인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말만 잘하는 팀원들이 결국 능력을 인정 받고(?) 의사결정권자의 권한까지 올라, 말로만 열일하고 실제 업무는 '성장'의 명목으로 다른 팀원들한테 짬처리한 채 공적만 갖고 가는 형국에 이르게 되었다.





그밖에


- 자기 말이 너무 많다

회의할 때에나 그냥 사적으로 밥 먹는 자리에서도 남들에게 발언권을 애초에 주질 않는다.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듣게 된다. 남의 이야기를 애초에 들을 생각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자기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대표가 명백히 잘못한 상황에서도 '미안하다'라는 말을 한 적을 본 적이 없다. 정말 사적으로 사소한 일에서조차 미안하다는 말을 그냥 하지 않는 사람.


-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

어제는 기분 좋아서 괜찮았던 일이 오늘은 기분 안 좋아서 한 소리 듣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묘하게 예민해서 그 기분에 맞춰서 눈치를 봐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환장의 콜라보를 만들어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곳에서는 나의 약점을 보였을 때, 그것이 도로 나의 물렁한 부분이 되어 나를 찌를 것 같다.

서로의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내가 아닌 채로, 흉내내거나 가면을 쓴 채로 살아야 되기 때문에 버겁다.


반대로, 이를 드러낼 수 있는 사람들과는,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도 이들이 나를 그런 하나의 모습으로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내가 원래 있는 모습 그대로로서 존재할 수 있다.


소통은 더 빨라지고, 생각 공유가 더 원활해진다.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고 진정 ‘협력’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그런 팀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처참히 실패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업자라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었기 때문에.

이전 08화 늘 그렇듯 야근을 하던 어느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