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되찾기? 별거 없다ㅎ
맛있는 것 잘 먹고 잘 쉬면서 한량처럼 살고 있는 하루하루.
매일 술을 먹고 있다. 날도 좋아서 밖에 마냥 걸어다니기도 좋고, 대낮부터 술 한 잔 깔짝하기도 낭만적이다. 그렇게 마냥 헤벌레 즐겁게 지내고 있다.
무엇보다 축하할 만한 일은, 입맛이 돌아왔다는 것!
드디어 내 혀가 다시 제 기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모처럼 만에 음식 먹으면서 감동을 느꼈다. ‘맛있어!@!’라는 말이 계속 나오고, 눈이 반짝 빛나게 되는 맛. 예전에는 ‘와 진짜 개맛있어ㅠㅠㅠㅠ’ 하면서 진짜 눈물 찔금 나도록 맛있는 것들이 많았다. ‘살기 위해 먹는다 vs 먹기 위해 산다’ 중 후자를 위해 산다는 사람들이 공감되는 순간들이 다시 생기고 있다.
한창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어느 때부터인가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다. 먹는 성향이 바뀌고 나서는 어느새 왜 내가 예전에 그렇게 먹을 것에 목을 맸는지 이해가 안 되기까지 했다. 음식 생각도 별로 나지 않았고, 막상 배고파서 먹더라도 정말 허기를 채우려고 먹는 느낌이었다. 한두 숟갈 만에 금방 배가 부르기도 하고, 어떨 때에는 물려서 먹기 싫어질 때도 있다. 자연스럽게 마른 사람들이 왜 말랐는지 이해가 되게 되었다. 이렇게 평생을 살아왔다면 살이 안 찔 수도 있겠다, 먹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그냥 먹기가 싫고 귀찮았다. 별로 배가 고프지도 않다보니 자연스레 살은 술술 빠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빠지지 않을 것 같던 살이 그냥 훅훅 빠지니까 진짜 신기했다. 아니, 살 빼는 게 이렇게 쉬운 거였어? 진짜 안 먹으면 되는 거였다ㅋㅋㅋㅋㅋㅋ 물론 그게 내 의지대로 하려면 쉽지 않다. 이렇게 큰 스트레스가 있는 게 아니라면 식욕이라는 동물적 욕구를 이성으로 조절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나는 워낙 살면서 음식이 맛없던 적은 없었기에, 그 사단이 났을 때 이건 분명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느꼈다.
물론 그렇지만 살 빠진 건 너무 좋았다. 옷 핏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살 빼고 입어야지, 하고 전혀 못 입고 있던 옷들이 ‘어, 이게 되네?’하는 느낌으로 들어갈 때의 쾌감이 쏠쏠했다. 그리고 애초에 조금 더 빼면 좋겠다, 하는 정도의 무게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그게 어떤 이유로 다이어트가 된 거였든 개인적으로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인생의 낙을 하나 잃은 느낌이기도 했다.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맛들을 못 느끼기 때문에 먹는 걸 즐기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입맛의 상실’은 맛을 온전히 느끼는 생생한 감각 하나를 고스란히 잃은 느낌이었다. 맛을 잘 느낄 수 있다는 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하루에 세 번 있는 그 매 순간마다 꽤나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거니까. 사실 못 느끼고 있을 때에는 그게 큰 비통함으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한 끼 식사에 일희일비하는 사람으로 다시 돌아오고 나서는 이걸 모르는 사람들이 안타까웠다.
일단 이렇게 입맛이 돌아오고 나니, 매일 먹고 싶은 게 떠오른다. 이것도 한창 스트레스 받을 때와의 큰 차이 중 하나다. 먹을 걸 엄청 좋아할 때의 나는, 매일 그 다음 끼, 혹은 다음 날이나 다음 약속의 끼니로 먹고 싶은 음식들이 있다. 그리고 이것들을 차곡차곡 다 먹다 보니 금세 살이 붙고 있는 기분이다. 그 역시 그 나름대로 아쉽지만(몇 년 만에 보게 된 몸무게인데ㅠ) 모든 걸 가질 순 없을 테다.
정신 건강, 생각보다 이렇게 환경에 따라 빠르게 돌아올 수 있는 것이었나보다.
그리고 뱃살이라는 게 그 사람의 인품을 보여주는 거라고 했던가. 붙는 살 만큼이나 마음도 여유로워지고 있다.
여튼 내가 즐거웠음 됐지! 하고 말게 되는 밤이다.
날이 선선하니 맥주나 하나 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