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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운동 무화과 Oct 30. 2022

나를 연소시키는 일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읽다 보면 마구 달리고 싶어지는 책.


쉬는 동안 매일 달리기를 했다. 뛰기라도 해서 정신을 분산시켜놓지 않으면, 하루 종일 너무 우울할 것 같아서였다. 기껏해봐야 3,40분 남짓 되는 시간이지만, 그것 잠깐 몸을 움직였다고 하루가 훨씬 생동감 있고 보람찼다.


그러다 보니, 이 책에까지 이르게 되었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공감 가는 부분들이 많았다.

하루키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자신의 하루하루를 만들어나가는 방식 모두가 멋있게만 느껴지는 동시에, 뭔가 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던 것 같다. 오죽하면 나도 본격적인 마라톤에 도전하고 트라이애슬론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소설이나 번역 일까지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의 삶 자체를 동경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영위하는 담백한 생활 자체도 꽤나 매력적이라는 생각과 함께, 서술해놓은 그의 생각들이 잔잔하면서도 통찰력 있다고 느껴져, 왠지 그와 같은 생활을 하다 보면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 프로 선수들도 힘들고 가끔은 귀찮더라도 몸을 이끌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

달리기는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그 편이 자신과 잘 맞는다는 것

달릴 때에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그냥 달린다는 것




물론 그도 젊은 시절에 고생하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본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그 자체가 정말 멋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스스로를 뽐내거나 하지 않고, 그저 덤덤하게 표현하는 것이 괜히 마음을 울렸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계속 지속해 왔을 뿐이라는 것. 그리고 그 결과로 지금의 자신이 있게 되었다는 것.

좋아하고 흥미가 있는 것이면 결국 어떻게든 계속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게 된다는 것.  

달리기는 그야말로 작은 예시일 뿐이고, 하루키는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계속하다 보면 어떻게든 그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의 전체 삶을 통해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이 29살에 처음 어느 날 갑자기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것처럼, 늦은 나이라는 것은 없으며, 언제나 누구든 뭐든 할 수 있다.

‘꿈을 좇으세요! 꿈은 이루어집니다!’와 같은 확신의 어조로 소리치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그의 진심과 인생의 철학이 더 인상 깊게 전해졌다. 자기 말이 맞다고 생각해서 큰 소리를 내거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어그로를 끌기 위해 큰 소리를 내는 사람들 주위에 워낙 많다 보니, 이런 태도가 새삼스럽게 신기했다. ‘제가 틀렸을 수는 있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의 어조로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풀어 나가는 작지만 명료한 소리에, 오히려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라는 그의 묘비명 역시 그의 삶에 대한 태도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다.

자기 삶에 있어 본인만의 분명한 기준이 있고, 자신은 이에 따라 삶을 살 뿐이라는 것.

때문에 그는 갑자기 소설가의 삶으로도 전향하여 살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도 꾸준함의 힘을 믿고 계속해서 그런 삶의 규칙을 지켜나갈 수 있었다. 마라톤 경기에서도 스스로 생각하기에 걷는 것은 마라톤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그는 그 어떤 경기에서도 자신이 설정한 그 원칙에 맞춰 적어도 걷지는 않은 채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레이스를 이어나갔다.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마라톤의 신조였을 뿐이다.


내 삶의 분명한 신조를 갖고 사는 것만 해도 자신의 삶이 훨씬 단단해지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게 다른 이들한테는 납득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내 삶은 내가 살아나가는 것이니까.


같은 10년이라고 해도, 멍하니 사는 10년보다는 확실한 목적을 지니고 생동감 있게 사는 10년 쪽이, 당연한 일이지만 훨씬 바람직하고, 달리는 것은 확실히 그러한 목적을 도와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나의 삶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더 멋있게 연소시킬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나날을 살아야겠다.

그것이 나에게 있어 무엇일지 고민하고, 그것들에 집중하여 심플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달리기가 나에게 주는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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