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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May 22. 2022

같은 장소에 다시 찾아왔지만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가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지난 1월에 휴가를 받기 전 승선했던 선박에서 삼천포항에 정박한 적이 있다. 한국에 정박은 했으나 상륙은 못 나갔었다. 왜냐면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은 상륙을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작년 6월쯤 사회 필수인력 대상자로 백신을 접종받을 뻔! 했으나 승선 이틀 전 연락을 받고 급히 승선하는 바람에 2022년 1월 하선하고나서야 백신 접종을 받았다. 여하튼, 당시에 백신 접종하고 나서 승선했던 분들이 상륙 나가서 ‘육지 음식’을 사서 오시기도 했는데, 그때 삼천포 시내에 대해서 잠깐 들었던 게 내 기억 속의 삼천포, 그 전부다.

시간이 흐르고.. 1월에 휴가를 받고 하선해서 남해로 가족여행을 갔다.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직원들 대상으로 아난티 회원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 가족들과 함께 먼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선하자마자 연락해서 예약하고, 남해로 떠났다. 여유로웠던 여행이라 이곳저곳 드라이브하며 남해로 내려갔다. 드라이브 도중 이정표에 ‘삼천포’가 보였다. 누가 이번에 휴가 받은 사람 아니랄까 봐 저번에 정박해 있었던 항구가 삼천포항이었다고 말을 하니, 한번 가보자고 드라이브를 가게 되었다. 어떤 휴게소? 에 잠깐 들려서 화장실 갔다가 벤치에 앉았는데, 익숙한 광경이 보였다. 바로 삼천포항… 그리고 정박해 있는 배들! 사실 내가 정박해 있던 곳을 보려고 온 건 아니지만 우연히 들린 곳에서 항이 바로 보였다. 서둘러 구글맵을 찾아보니.. 맞다 맞아 몇 개월 전 내가 있었던 그곳…! 여유롭게 앉아서 그곳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항구의 풍경이 어떻게 느껴질지는 모르겠다.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그리고 정박해 있는 배들… 그런 모습을 마주하게 되면 사실 배나 항구 자체의 형상보다는 저 선박에서 승선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 그리고 삶이 먼저 보인다. (지금 아침이니까 삼항사 당직이겠네 하면서) 몇 개월 전에는  내가 저곳에 있었는데,, 하면서. 그때의 나는 저 배 속에서 삼천포 시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혹은 어쩌면 내가 앉아있던 이 벤치 쪽을 바라보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때의 나는 몇 개월 후 내가 삼천포에 드라이브를 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같은 장소에 다시 찾아왔지만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가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바다 위에서 그리워했었던 육지에 지금 내가 앉아있다. 따사로이 비추는 햇빛 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바라보다 뒤에서 아빠가 지수야-하고 부를 때 탁-! 하고 깨며 지금의 나로 되돌아온다. 삼천포항에 정박해 있을 땐 육지를 바라보며, 나에게 휴가가 주어진다면 저 건너 남해로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이젠 그곳, 삼천포에서 남해로 가족들과 함께 체크인하러 갈 채비를 하러 벤치에서 일어나 차에 다시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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