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엔 내 사과가 예쁜걸
준비! 시~작!”
매년 열리는 ‘예쁜 사과 따기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구령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온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는 ‘예쁜 사과 따기 대회’는 대회 이름과 같이 예쁜 사과를 딴 사람이 우승한다.
심사를 위해 미대 교수, 농협 직판장 조합원장, 과수원 주인, 미스코리아가 대기 중이다. 미대 교수의 조교가 만든 ‘예쁜 사과 선정 기준표’는 인터넷에 있는 과일 품평회 기준표에서 빌려 왔다. 항목으로는 ‘사과가 얼마나 하트 모양에 가깝게 생겼는가?’, ‘사과의 빨간 부분과 연한 부분의 비율은 어떠한가?’, ‘사과 꼭지는 싱싱한가?’ 등으로 총 15가지의 채점항목으로 각 항목 당 5점 만점이다.
제일 처음 이 대회를 구상한 과수원 주인은 처음 이 대회를 시작할 때만 해도 사과 판매량이 급감하여 고심 중이었다. 농번기에 불현 듯 미스코리아 대회를 보고는 영감이 떠올라 만들게 된 대회로 홍보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 수입도 배의 배로 뛰었다.
가을 수확이 막 끝나고 사과들이 여물 때쯤 개최되는 대회는 지역신문, <6시 내 고향>, <생생 정보통> 등을 통해 소개가 되어 지역에 큰 행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리포터가 출동했다. 대회 10주년인 만큼 리포터도 곱게 한복을 차려 입었다.
대회가 시작되었다. 리포터도 뛰고, 사람들도 뛴다. 총 100명의 사람이 참가하여 결선에 10명이 올라가게 되는 방식이다. 리포터가 빨갛게 익은 탐스럽게 생긴 사과를 들고는 말한다.
“어머 이 사과 좀 보세요~ 정말 빨갛고 예쁜 것이 꼭 제 얼굴을 닮았네요 호호호 오늘은 제가 1등을 할 것 같아요”
그녀는 프로다. 나머지 사람들은 방송 촬영과 무관하게 예쁜 사과 찾기에 여념 없다. 왜냐하면 1등 상으로는 1년간 사과가 무제한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10명 중 리포터도 껴있다. 자신의 사과가 제일 예쁘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과수원 주인은 올해도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에 도취되었는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올해 우승은 60대 아저씨에게 돌아갔다. 리포터의 것보다 덜 붉었고, 덜 탐스러웠다.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 이어졌다. “올해 예쁜 사과 따기 대회 우승자는 서울에서 오신 김황석 씨가 차지하셨습니다. 김황석 씨의 사과는 다른 분들보다는 조금 덜 붉고, 크기도 작지만 올해의 예쁜 사과 기준에 부합하여 뽑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 사과 많이 드시고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어서 김황석 씨의 말이 이어졌다. “네, 감사합니다. 사실 저에게 제일 예쁜 사과는 제 아내가 좋아하는 사과입니다. 약간은 덜 익은, 단맛과 신맛이 같이 느껴지는 걸 좋아했거든요. 지금은 이 사과를 줄 수 없지만 그래도 기쁩니다. 옆에 있는 분에게 만인이 좋아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만이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고 선물해보세요. 분명히 좋아할 겁니다. 우리 아내도 빨간 사과보단 이 사과를 더 예쁘다고 했을 겁니다. 허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