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를 꿈에서 각색하다
한가로이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베짱이, 도무지 움직일 생각이 없다. 자신의 연주에 도취해서는 햇살과 바람 그리고 따스한 공기마저 느끼지 못하는 듯 그렇게 계속 연주를 한다.
개미는 열을 맞춰 빵 부스러기를 나르고 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공원으로 많이들 나왔다. 운이 좋게 큰 빵 부스러기를 옮길 수 있었다. 더 기분이 좋은 이유는 아직 어떤 꼬마도 그 개미들을 발견하지 못한 사실이다. 아이들의 호기심이 발동되는 순간 빵은 물론이거니와 생명의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개미는 생각보다 베짱이를 신경 쓰지 않지만 그래도 베짱이에게 묻는다.
“베짱아, 넌 왜 이리 태평 천하니? 지금 일하지 않으면 겨울엔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
베짱이는 아무렇지 않은듯 대답했다.
“어 난 괜찮아. 겨울이 되면 다른 동물들에게 연주를 들려줄 거야 그리고 그들에게 먹을걸 받을 거야 난 그거면 돼”
개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곤 계속 빵 부스러기를 날랐다. 개미는 혼란스러워졌다. 누가 베짱이의 알 수 없는 연주를 듣고 먹을걸 나눠줄까? 나도 바이올린을 배워야 하나? 어떤 개미도 의심하지 않고 다들 빵 부스러기를 나르고 있기에 그 고민도 깊게 하진 못했다.
낙엽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개미는 슬슬 베짱이가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때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창고를 보여주며 너도 부지런히 일을 해야만 먹을 것을 얻을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고는 음식을 나눠줄 요량이었다.
다시 나타난 베짱이는 여름과 같은 모습이었다. 마르지도, 찌지도 않은 몸으로 알 수 없는 바이올린 연주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 선율이 그 전보단 매끄럽게 들려왔다. 하지만 개미는 궁금했다.
“배짱아, 아직도 먹을 것을 구하지 않고 있는 거니?”
“어 길을 가다 내 연주를 듣고는 사자가 먹을 것을 나누어 주었어. 겨울이 올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베짱이의 말에 개미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겨울이 되면 자연스레 자신을 찾을 것이라 생각했다.
흰 천으로 세상을 덮은 듯 땅은 고요했고, 눈보라는 며칠 째 계속되고 있었다. 개미는 불현 듯 베짱이가 생각났다. ‘아... 베짱이가 죽었을 수도 있겠구나...’ 그러곤 새 집 짓는데 열심히 흙을 나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숲 덤불 속에서 바이올린을 키고 있는 베짱이를 발견했다. 놀라서 흙더미를 떨어뜨리곤 물었다.
“배짱아, 너 살아 있었구나 어떻게 지냈어?”
“어. 개미야 오랜만이야~ 난 아주 잘 지내고 있어 나한테 먹을 걸 나누어 주었던 사자가 자신의 동물 친구들에게 말을 했나 봐 내 연주가 좋다고, 그랬더니 그들이 겨울을 몇 번 날 수 있을 만큼 많이 먹을 걸 가져다주곤 연주를 해달라고 하더라고, 헤헤 나도 운이 참 좋나 봐”
개미는 흙을 다시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미 베짱이는 연주의 베테랑이 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베짱이는 게으름을 피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집중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고 있음을 말이다.
개미는 어깨 위 흙이 점점 더 무거워졌고, 겨울 바람은 무척이나 따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