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작가 Oct 30. 2015

#16 아르바이트를 하다(2/3)

알바의 세계로 빠지다

사무실은 강남역과 양재역 사이에 있는 오피스텔이었다. 오피스텔에는 4~5명 정도 되는 mc 지망생들이 연습에 한창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mc라는 직업은 굳이 활발하거나 수다스러운 사람만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배우면 가능한 기술이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빠르면 1달에서 느리면 3달의 연습기간을 거쳐 일을 배정받게 된다고 했다. 진행을 배우는 때에는 따로 돈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없다. 성실히 사무실에 나가 연습을 하면 그걸로 되는 것이다.


집이 있는 강서구에서 강남까지는 9호선을 타고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일주일에 2번 가야 하는 연습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2달을 다녔다. 한 번 연습 갈 때마다 5시간은 기본으로 있었다. 연습은 돌잔치의 큰 흐름을 익히고 각 순서마다 멘트를 하고 진행하는 것으로 한다. 한 사람마다 15분에서 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연습생들이 여러 명 있으면 5시간 정도 있어도 10번 연습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집에서도 연습했다.


2달이 채 되지 않아 실장님의 이제 일을 나가도 되겠다며 일을 넣어주었다. 초보 MC 들은 일이 익숙해지기 전까지 메인 돌잔치 업장보다는 경기도 권의 작은 돌잔치 전문 지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경력을 쌓아서 돌잔치 업체에서 좋은 피드백이 실장님에게 돌아갔을 때 실장님이 돌잔치 개수도 많고,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배정해준다.


토요일, 일요일에만 하는 MC 아르바이트는 재미있었다. 돌잔치 하나당 준비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30분 내외의 알바다. 더군다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매일 진행을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좋은 경험이었다. 별 것 아닌 돌잔치 MC이지만 사람들은 내 말 하나, 하나에 귀 기울여 준다. 돌잔치 MC는 목돈은 아니지만 쏠쏠했다. 가끔 통 큰 부모님들은 복돈이라고 걷은 돈 중에서 팁을 주기도 했는데 10번 하면 2~3번 받을 수 있었다.


더불어 나는 개강하면서 학교 도서관 사서 아르바이트도 신청했고, 운이 좋게 뽑혔다. 성적과 집의 경제형편을 고려해 뽑는 학교 아르바이트는 ‘장학생’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한 달에 30만 원이 좀 안 되는 돈을 받는다.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으면서 공강 시간에 일하기엔 안성맞춤인 일이었다.


평일엔 학교에서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하고, 주말에는 MC 알바를 했다. 나는 무엇인가 부족하다 생각했고, 주말 저녁 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뭐가 있을까를 알아보았다. 호프집 서빙이 가장 많았지만 대부분 최저임금을 주었다. 나는 밤을 새 가며 하는 일에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싶었고, 그러다 찾게 된 것이 패스트푸드 배달 알바다.


패스트푸드 배달은 중화요리를 배달하듯 패스트푸드를 배달하는 일이다. 모든 패스트푸드 점에서 라이더는 필요한 존재다. 언제나 구하고 있어 구직하기가 쉽다. 나 역시 어려움 없이 뽑혔고 일을 시작했다. 배달 일은 금, 토 저녁 10시까지 출근해 다음날 아침 7시까지 9시간을 일했다. 주말이 되면 낮부터 저녁까지는 돌잔치 MC를 하고, 돌잔치 MC가 끝나면 집에서 옷만 갈아입고 바로 라이더 알바를 하러 출근했다.


늦은 저녁이지만 햄버거를 시켜 먹는 소비자들은 많았고 새벽 2~3시가 되면 주문이 거의 없어진다. 홀 손님도 없는 시간인 새벽 3시가 되면 나는 30평 정도 되는 2층 홀을 혼자 청소했다. 홀 청소를 하다가 배달이 있으면 1층에 있는 직원이 나를 불러 배달을 다녀오기도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15 아르바이트를 하다(1/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