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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Nov 02. 2015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바다사나이의 삶이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큰 파도에 미동도 하지않던 선원


섬과 육지를 이어주는 뱃머리에는 배를 타고, 내릴 때 도와주는 선원이 있다. 배에서 내릴 때 100kg는 족히 넘어 보이는 발판을 육지와 잇고, 배에 있는 줄을 육지와 연결하는 일을 한다.


승객들이 부푼 마음으로 배에 오를 때 선원은 안전을 위해 손을 잡아준다. 거칠고, 두툼한 선원의 인생을 대변하는듯한 손은 가뭄에 말라버린 땅 같다. 그 느낌이 마치 할아버지의 손을 잡는 것 같지만 기분이 좋다.

 

시간에 맞춰 탄 탓에 자리가 없어 선두 쪽에 앉게 되었다. 시동을 건 배는 슬슬 속력을 낸다. 선원은 바닷물이 튈까 내 등받이 뒤에 있는 물받이를 내려주었다. 속력이 붙은 배는 힘차게 바다를 가른다. 바닷물이 물받이로 튄다. 고맙다.


안정적인 상태가 되니 선원이 플라스틱 의자 하나를 집어 들고는 발판 위에 놓는다. 자리를 잡은 선원은 초병이라도 된 듯 뒤돌아보지 않고 파도를 탄다. 하늘과 바다를 구분하기 힘든 망망대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미동조차 없다.


높은 파도에 배가 요동치지만 동요하는 선원은 없다. 뱃머리는 약간 들려 있어 마치 바이킹을 1시간 동안 타는 기분이 드는데 바이킹을 한 번도 못 타 봤을 선원은 영화관에 앉아있는 것처럼 편해 보인다.


나에겐 푸르고 넓기만 한 이 바다가 그에겐 삶의 터전이라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애잔한 기분이 들었다. 부러운 것은 이 아름다운 바다가 삶의 터전이라는 점이고, 애잔한 것은 이 바다가 자신 삶의 전부라 생각할 것 같아서이다.


보이지 않을 것 같던 육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매일 승객들과 이별하며 사는 선원은 웃으며 나를 육지로 안내했다. 선원이 안전을 위해 잡아준 내 손은 우리의 마지막 악수가 되었고, 우리는 그렇게 이별했다.


유난히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가 날 아프게 했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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