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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Oct 31. 2015

브런치북에 당선되지 않았습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브런치북에 당선되지 않았다.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만큼 아쉬움도 짙게 남는다.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4개월 전이다. 전 공장에서 지금의 공장으로 오기 전까지 쉴 수 있던 시간이 있었다. 하루 12시간씩 1년간 다닌 공장을 그만두니 시간이 무척 많이 남았다. 한창 일할 때 1주일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쉬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사라질 정도로 시간은 나를 괴롭혔다.


방대한 시간 속에서 헤매던 나는 나의 이야기를 글로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SNS에 단문, 가끔은 장문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기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글이 블로그에 올리고 마는 글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책으로 출판되기를 기대하고, 상상하면서 글을 썼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려고 하니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단행본 300쪽짜리 글을 쓰려면 원고지 1000 매인데 이 분량은 한글오피스 기본 글씨 크기인 10pt로 a4 100쪽은 써야 했다.


막막함은 나를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었다. 나는 책을 쓰는 사람들의 생각과 이야기가 필요했다. 그들이 어떻게 책을 쓰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었고, 찾아보았다. 여러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글을 읽어보니 그들은 하루아침에 원고지 1000매를 쏟아내는 쓰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매일의 힘으로 글을 썼다. 매일 정해진 분량을 써내려 가는 것이다. 글의 질은 독자가 판단하는 것이다. 일단은 나의 경험과 생각을 써 내려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평범 해보이는 비법을 알고 나서 매일 아침 5 30분에 일어났다. 원래 공장 출근을 위한 기상시간이 4시 30분이었으니 1시간이나 더 여유시간이 있었다. 잠이 부족하거나 힘들진 않았다.


새벽의 시간은 고요하다. 적막 속에서 나는 글을 썼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탄 이야기부터 돈이 떨어져 가면서 겪었던 힘든 일들, 그리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써내려 갔다.


나는 매일 a4용지 2장에서 3장의 글을 썼다. 1년 8개월의 시간은 나에게 생각보다 많은 경험을 안겨주었다. 처음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들었던 두려움은 온데 간데없이 나는 오로지 쓰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매일 쓰는 글은 차곡차곡 쌓였다. 10일이 되니 a4 용지 25장이 되고, 20일이 되니 50장이 되었다. 그렇게 쓰다 보니 나는 40일 만에 a4 100장이 넘는 분량의 글을 쓰게 되었다. 내 스스로도 놀라운 경험이었다.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일을 꾸준히 해서 목표를 달성한 경험이기도 했다. 마치 엄마가 아이를 잉태하듯 나는 짧은 기간이지만 글을 내 속에서 키워냈다.


모든 작가가 그러하듯 자신이 쓴 글은 재미있고, 유익하고, 모두에게 읽히기를 바란다. 나 또한 그러했다. 나는 언젠가  출판할 요량으로 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친구가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나에게 알려주었다. 나는 브런치북이 신의 계시라 생각했다. 정말 좋은 기회였다. 대상 5명에게는 출판의 기회가 주어지고 카카오와 출판사가 같이 홍보해준다니 세상에 내 이야기를 알릴 절호의 기회인 것이었다.


매일 a4 2~3장의 분량의 에피소드를 올렸다. 브런치북 참가 요건은 한 매거진에 10개의 이상의 글을 올리면 되는 것이었지만 나는 나의 모든 이야기를 다 올렸다. 나는 내 글에 자신있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워킹홀리데이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나의 글은 반응이 좋았다. 심심치 않게 달리는 댓글은 나에게 힘이 되었고, 나 역시 작은 기대를 품게 되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은 브런치 작가들의 매거진보다는 덜했다. 그들은 더 매력적이고, 세련된 콘텐츠와 작문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굴하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 나는 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대상에도, 금상에도, 은상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200여 명의 작가, 22,000개의 글, 2,000개의 매거진 중에서 35명 안에 들지 못했다. 나의 기대가 만들었던 나의 욕망만큼 나는 다시 겸손해졌다. 우물 안 개구리가 처음으로 우물 밖을 나와 세상을 보니 황소개구리도 있고, 독 개구리도 있고, 뱀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감히 출판사의 의중을 넘겨 짚어보면 출판사란 책을 출판만 해주는 봉사단체가 아니기에 시장성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그들은 많이 읽히는 책, 독자가 사랑하는 책을 출판해야만 한다. 가뜩이나 어렵다는 출판업계에서 그들이 눈은 겨울바람만큼 매서울 것이다.


텍스트(글)란 당대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해석되기 나름이다. 지금 당선된 작품들은 2015년 가을이라 더 매혹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안국선의 ‘금수회의록’.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등의 책들은 과거에 모두 해당 나라 및 지역에서 ‘금서’로 지정되어 출간이 금지되었던 책들이다. 하지만 현재는 금서가 아닐 뿐만 아니라 훌륭한 고전으로 살아남아 있다는 것을 보면 텍스트는 당대의 시대 분위기 속에서 해석되기 나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어쩌면 시장성이 없는 글을 썼을지도 모르고, 그들의 눈에 매혹적으로 비치지 않은 뻔한 글을 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위대한 창작가들이 그랬듯, 미약한 시작을 한 것뿐이다. 모차르트가 천재라고 불리지만 유명한 작곡가였던 그의 아버지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오랜 시간 받았기에 명곡이 탄생한 것이지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명곡을 쓴 것이 아니고, 골프 천재 타이거 우즈 또한 골프를 사랑했던 아버지를 닮기 위한 노력이 자신을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고 말했다.


운이 좋아 당선되었더라면 칭찬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갔을지도 모르지만, 이번에 당선되지 않은 경험이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환원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왜냐하면 나는 오늘도 매일의 힘을 믿으며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기 때문이다.


브런치북에 당선된 분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심사기간 동안 브런치팀과 출판사 출판 담당자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p.s:제 글을 읽어주시고, 구독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고, 응원해주셨던 분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재밌고, 유익한 글들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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