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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Oct 26. 2015

푸르기만했던 날

말 빚을 어찌 갚으리오


‘말 빚’이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문자 그대로 말로 빚을 지는 것을 말한다.
내가 무심코 말한 것이 어떤 이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고의가 아님에도 나의 말은 비수가 되어 그대들 가슴에 꽂힌다.
슬프다.  


나는 말 빚을 많이 지는 편이다.
웃기기 위해서라는 변명은 꺼내기도 어렵다.
웃음으로 승화되지 못한 말 빚들은 지뢰가 되어  여기저기 흩뿌려졌다.
나조차도 이것이 모형지뢰인지 지뢰인지 구분할 수 없다.
멍청하다.


때로는 자괴감과 괴로움에 잠을 설치기도 하지만
말 빚은 갚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뿐
번번한 사과조차 하지 못하는 때가 많다.
부끄럽다.


물 속에서 태아가 느끼는 포근함을 만끽하던 어느 날
문득 부끄러움이 목까지 차올라 물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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