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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Nov 03. 2015

#18 익숙한 것과의 결별(1/3)

버려라


익숙한 것과의 결별 - 구본형

IFM 구제 금융을 받아, 나라가 혼란스러웠던 1998년 한 직장인이 책을 냈다. 제목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이 책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고,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다국적 기업에 17년 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부서에서 일하면서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아 새로운 일인 ‘변화 경영’이라는 주제로 연구소까지 만들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마음에 와 닿는 문구이지만 뭔가 어색하기도 하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니 무엇과 결별해야 하는 것인가, 익숙한 것과 결별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세상은 급변하고 있고, 그에 맞춰 자신도 변화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하루 2시간 정도는 자신의 계발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지속적이고, 끊임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전율 같은 것을 느꼈다. 저자는 진실성과 진정성을 가지고 있었다. 명령조도 청유형도 아니었다. 객관적 사실과 현장에서 몸소 경험한 것을 적절히 버무려 이야기를 완성시켰다. 그 이야기는 내 마음을 움직였고, 나는 그의 생각과 행동에 감탄받아 나 역시 그러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꿈꾸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루한 일상 속에서 변화를 꿈꾸어왔지만,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낸다.’ 책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나 역시 그랬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꿈꾸지만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냈다. 어떠한 노력이나 꾸준함 없이 무엇인가 저절로 이루어 졌으면 하는 꿈만 꾸었다. 혹은 갑자기 큰 행운이 나를 덮쳐 내가 그 행운에서 허우적거렸으면 하는 망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내면 어제와 다름없는 하루를 살게 된다. 당연하다. 운동선수들이 매일이 실전이 아니지만 실전처럼 연습하는 이유는 딱 한 번 중요한 날을 위해 매일을 연습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중요한 날을 위해 나를 갈고, 닦아야 하는데 그저 운에 맡긴 채 삶을 살고 있다. 내 삶을 운에 맡긴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내 삶을 내가 아닌 누군가가 조정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는 것이다. 인간 존엄의 문제다.


나는 익숙한 것들과 결별해야만 했다. 나에게 익숙했던 것은 하릴없이 하는 인터넷 웹서핑, 각종 SNS를 통해 남의 인생 엿보기, 개똥철학을 논하며 매일같이 마셨던 술, 의미없이 보내는 하루 등과 말이다.


어떻게 하면 내가 이것들과 결별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단숨에 모든 것을 버릴 수는 없었다. 변화를 결심하기 전까지의 삶의 관성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관성은 자신이 가진 운동의 힘을 유지하려는 것을 말한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운전기사가 급정지를 하면 몸이 앞으로 쏠리듯, 나도 갑자기 모든 것을 끊으면 내 머리가  한쪽으로 쏠리며 뒤죽박죽 될 가능성이 컸다.


내가 하고 있는 짓거리 중 가장 시간과 돈을 많이 빼앗는 술과의 결별이 필요했다. 나는 술을 좋아하지만 어느 순간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술자리에서의 나와 현실세계에서의 나와 분리되는 경험도 했다. 술은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시간을 빛내는 것이 되어야 하는데 나에겐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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