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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Nov 08. 2015

#22 자립과 독립으로 내가 되다(2/3)

선택장애의 이유

선택을 해본 적 없는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할 때가 오면 머뭇거리고, 선택하지 못한다. 일명 ‘선택장애’가 있는 것이다. 자신이 뭐가 좋고, 뭘 원하는지, 뭘 싫어하고, 뭘 하고 싶지 않은지를 모르는 것이다. 누군가가 계속 자신에 관련된 선택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계속 자신에 대한 선택에 관여하는 것이 어떠한 면에서 좋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누군가의 선택을 좇아 살다보면 후회를 하게 된다. 후회는 삶을 가장 비참하게 만드는 감정 중 하나다. 한 일을 하지 말 걸에 대한 후회보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를 더 크게 한다는 인간의 심리. 이 심리를 보았을 때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선택에 의해서 무엇인가를 하게 된다면 내 마음 속에 있던 원래 내가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일에 대해서 언젠가 후회할 수밖에 없다. 그런 날이 오면 그 사람은 깊은 절망에 빠지고, 혼돈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내가 되어야 한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서가 아닌, 오로지 나, 나의 선택, 나의 의한 삶 말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먹을 때 행복한지. 사람들과 무엇을 먹으러 갈 때 “아무거나 먹자”보다는 “김치찌개 먹자”, “스파게티 먹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소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말을 잘못 이해해 사람들과 어울림을 포기하란 말은 아니다. 적어도 자신의 의견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와서도 한 동안 나의 의견은 별로 없었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이리, 저리 흔들리는 갈대마냥 시류의 바람에 흔들렸다. 나는 그런 태도가 유연하고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나를 돌이켜 보았고, 그 속에 내가 없었다. 나는 흔들리기 바빴고, 다른 사람을 좇기 바빴다. 남을 좇아 가다보면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의욕이 사라진다. 목표도, 의지도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이 허무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 생각을 한 순간부터는 남들이 가는대로, 주변 사람들이 하는 선택을 곧장 따라하지 않았다. 내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를 생각했다. 내가 지금 내 동기들처럼 스펙을 쌓아서 취직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외국에 나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여러 핑계로 나는 내 마음 속 나의 열망을 무시했었다. 돈도 없고, 취직도 해야하는데 무슨 외국생활이냐, 가면 고생이 뻔한데라는 생각을 무의식에 한 것이다. 참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경험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부터 먹고 스스로를 안주라는 감옥에 가둔 것이다.


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첫 걸음으로 필리핀 어학원 매니저를 선택했다. 하반기 공채 자기소개서를 쓰던 나는 문득 선배들의 자기소개서에서 복사를 해와 내 자기소개서에 붙여넣기 하는 나를 보고 실망했다. 그리고 학교 동기가 필리핀에서 어학원 매니저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물어보았다. 그 어학원에서는 매니저가 필요치 않다고 했다. 다른 어학원들도 많이 뽑으니 알아보라고 알려주었다.


나는 기업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기소개서 양식을 볼 때와는 다르게 가슴이 뛰었다. 취직하기 위한 자기소개서 보다 공을 들여 자기소개서를 써서 어학원에 보냈다. 어학원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었고, 나는 얼마 되지 않아 필리핀으로 갈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이 1달도 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말 잘한 선택인 것 같다.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는 후회라는 감정이 들지 않았다. 후회는 없었다. 내 선택에 나를 맡기고 나서부터는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다. 반대로 이 일은 재미없다. 하기 싫다 등의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 나의 선택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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