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를 잃었을 때 비로소 나를 찾다.
등산하다 길을 잃었다.
이정표대로 잘 오르고 있다 생각했다.
어느 순간 길이 막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무서웠다.
늘 그렇듯 정해진 길만 걸어왔으니 말이다.
나에겐 길을 찾는 능력보단 길을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힘들었다. 매 발걸음마다 고통이었다.
없는 길을 만들어 나가려니 불안하고 의심이 들었다.
결국 길을 잘 찾는 이가 길을 찾았다.
다시 길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잘 닦인 길은 날 안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올랐다.
생각했다.
사람들이 왜 닦인 길을 걸으려는지
사람들이 왜 길을 만들기를 두려워하는지
나는 두려움, 불안, 초조를 사랑하지 않지만 길을 만들어 걷고싶다.
매 걸음이 고통인 것을 알면서도
이 걸음이 정상까지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잘 닦인 길위의 나는
내가 아니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