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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Sep 08. 2015

바지에 똥이라도 쌀걸

그리움에 사무치다

경쟁적으로 취하던 어느 날

경쟁적으로 취했던 어느 겨울 날. 샤워기 물이 졸졸 나오는 곳에서 우린 서로를 존중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이들은 그런 삶을 사는 우리들을 혀를 차며 불쌍하게 여겼고, 경멸하기도 하였지만 결과적으론 그 사람들 보단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는다.


그때의 내가 없었다면 난 아직도 전화번호부를 뒤지며, 밤의 요정을 찾아 미로를 헤매고 다녔겠지.

그때의 난 어리석고 섣불렀지만 우주에 대한 호기심만큼은 거짓이 아니었으며, 너에 대한 내 마음은 진심이었다.


몸속 알코올이 다 빠져나가지 않아 손 끝이 저리고, 머리 속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어지러웠지만, 폐지 줍는 할머니의 리어카를  밀어드리는 일만은 빼놓지 않았다.


이제 후질근한 반바지를 주말에도 입지 않는 넥타이를 매는 친구들이 자랑스럽다.

억지로 어른스러운 척을 하지 않아도, 어른이 되려 노력할 필요도 없다. 우린 우리대로 그렇게 하루를 살면 그걸로 족하다.


그 추운 겨울 날 바지에 똥이라도 싸는 기이한 행동이라도 해볼걸 이제와 후회가 된다.

젊음은 그런 것이니까. 소중한지 모르고 써버릴 것이었으면 정말이지 미칠걸 그랬나 보다.


그래도 내가 웃을 수 있는 이유는 그 때나마 진정으로 나를 찾으려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혼란스럽고, 어지러웠던 시절이 그리운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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