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심하게 낀 어느날
나는 달렸다.
안갯속으로
무엇이 내 앞에 있는지
무엇이 내 옆에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난 가야 했다.
안갯속으로
속도는 줄여야만 했으나
방향은 바꿀 수 없었다.
그렇게 안갯속을 헤치고 나왔다.
안개에 가려서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나왔다.
매일 보던 풀과 구름, 양과 소들이 이렇게 반가울 줄 몰랐다.
매일이 안갯속이다.
내일도 안갯속이다.
두려움과 불안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야 한다.
안갯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