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름없는 출근길이었다. 난 규정속도를 지켰고, 안전벨트도 매고 있었다. 갑자기 반대편 차선 어둠 속에서 빨간색과 파란색 불빛들이 현란하게 춤을 추며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 어둠 속에서 불빛들이 나를 좇으면 사람인지라 잘못한 것이 있든 없든 으레 위축되기 마련. 나는 차를 갓길에 세우곤 차분히 기다렸다.
말쑥하게 생긴 경관은 운전면허증을 요구했고 나는 건넸다. 운전면허증을 본 그는 음주측정기를 가져왔다. 나는 나의 위축됨을 들키지 않으려 애써 세게 불었고 "too much"라는 말만 되돌아왔다.
당연히 혈중 알코올 농도가 0%으로 나오니 꼬투리를 잡아야겠던지 라이트 불빛이 약하다며 벌금딱지를 떼는 것 아닌가? 출근도 이미 늦었으니 따지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으나 속사포 같은 영어 훈계에 웃으며 벌금딱지를 받아 들고 다시 출근길에 올랐다.
인생이란 게 꼭 출근길에 경찰을 만나는 것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못하지 않아도 내가 뒤집어 쓸 때도 있고, 잘못해도 웃으며 넘어갈 때도 있고 말이다.
원칙적으로 잘못을 하면 안되지만 지금 이 순간도 나에겐 처음 맞이한 순간 아닌가?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도 할 수 있지 사람인데. 다만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거나, 고의로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조금 더 사랑하고, 조금 더 배려하며 살아야지.
그래서 나도 누군가를 용서하고, 나도 용서받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