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말, 말
말도 섹스를 하고, 애도 낳는다. 말섹스가 육체적 관계와 다른 부분은 굳이 남, 녀가 함께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남자끼리도, 여자끼리도, 남녀 함께도 가능한 말섹스.
말섹스를 통해 태어나는 사생아 이름은 ‘오해’.
'진실'이라는 첫 째 아이는 제 명을 다 살지 못하고 요절하기 일쑤며, 둘 째 ‘오해’만 계속 태어난다.
말섹스에도 피임은 존재한다. ‘침묵’이라는 피임법이다. 다만 사람들은 피임을 잘 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피임법이 존재함에도 피임을 하지 않는 이유는 순간의 더 큰 쾌락을 위해서다. ‘침묵’이라는 피임을 하기엔 말섹스가 너무나 신나고, 흥분되기 때문에 ‘침묵’이라는 피임법조차 까먹는다.
사람들의 말섹스는 장소불문, 시간불문, 수단불문 가릴 것이 없다. 육체적 섹스보다 좋은 점은 ‘오해’라는 사생아가 태어났을 때 부모를 가리기 힘들다는 것, 그래서 함부로 혀를 굴리고 다닐 수 있다는 점과 상대방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능하다는 점이 있다.
여과 없이 내뱉는 몇 마디 말에 지금도 ‘오해’라는 사생아들이 수도 없이 태어나고 있다. “나는 ‘진실’이에요!”라고 소리쳐 보아도 소용없다. ‘오해’의 발육은 ‘진실’보다 곱절의 곱절이다.
나의 혀에서 탄생한 ‘오해’라는 사생아들이 어디를 떠돌아다니고 있을지 부끄러워 낯짝을 들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발육상태가 좋아진 ‘오해’의 녀석들이 언제 나를 덮쳐올지 눈 앞이 캄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낯짝 들고 다닐 수 있는 이유는 어딘가에 조금씩 커가고 있는 ‘진실’이라는 첫 째가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오늘 당신은 ‘오해’라는 사생아를 낳지 않았는가? '침묵'이라는 피임을 했다면 다행이다. 혹시라도 ‘침묵’이라는 피임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 당장 말섹스를 나눈 상대에게 전화해 아까 한 이야기는 다 뻥이라고 말하는 말섹스 사후 피임약이라도 먹어라. ‘오해’가 착상되지 않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