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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Sep 24. 2015

말(言) 섹스

말, 말, 말

진실의 해가 떠있지만 해가 보이지 않는다. 구름은 마치 오해 같다.


말도 섹스를 하고, 애도 낳는다. 말섹스가 육체적 관계와 다른 부분은 굳이 남, 녀가 함께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남자끼리도, 여자끼리도, 남녀 함께도 가능한 말섹스.

말섹스를 통해 태어나는 사생아 이름은 ‘오해’.

'진실'이라는 첫 째 아이는 제 명을 다 살지 못하고 요절하기 일쑤며, 둘 째 ‘오해’만 계속 태어난다.


말섹스에도 피임은 존재한다. ‘침묵’이라는 피임법이다. 다만 사람들은 피임을 잘 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피임법이 존재함에도 피임을 하지 않는 이유는 순간의 더 큰 쾌락을 위해서다. ‘침묵’이라는 피임을 하기엔 말섹스가 너무나 신나고, 흥분되기 때문에 ‘침묵’이라는 피임법조차 까먹는다.

사람들의 말섹스는 장소불문, 시간불문, 수단불문 가릴 것이 없다. 육체적 섹스보다 좋은 점은 ‘오해’라는 사생아가 태어났을 때 부모를 가리기 힘들다는 것, 그래서 함부로 혀를 굴리고 다닐 수 있다는 점과 상대방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능하다는 점이 있다.

여과 없이 내뱉는 몇 마디 말에 지금도 ‘오해’라는 사생아들이 수도 없이 태어나고 있다. “나는 ‘진실’이에요!”라고 소리쳐 보아도 소용없다. ‘오해’의 발육은 ‘진실’보다 곱절의 곱절이다.

나의 혀에서 탄생한 ‘오해’라는 사생아들이 어디를 떠돌아다니고 있을지 부끄러워 낯짝을 들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발육상태가 좋아진 ‘오해’의 녀석들이 언제 나를 덮쳐올지 눈 앞이 캄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낯짝 들고 다닐 수 있는 이유는 어딘가에 조금씩 커가고 있는 ‘진실’이라는 첫 째가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오늘 당신은 ‘오해’라는 사생아를 낳지 않았는가? '침묵'이라는 피임을 했다면 다행이다. 혹시라도 ‘침묵’이라는 피임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 당장 말섹스를 나눈 상대에게 전화해 아까 한 이야기는 다 뻥이라고 말하는 말섹스 사후 피임약이라도 먹어라. ‘오해’가 착상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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