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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Sep 29. 2015

결자해지[結者解之]

모든 것엔 죽음 혹은 끝이 있다.

결자해지[結者解之] : 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일을 해결해야 함을 비유한 한자성어.


결자해지, 짧게 일했던 영어 유치원에서 알게 된 여선생 하이디의 메신저 대화명이다. 그녀는 미국 대학생이었고 잠시 학비를 마련할 겸 온  듯했다. 하이디는 나랑 자신이 동갑임을 알게 되자 서프라이즈에 나오는 재연배우만큼이나 놀라면서 자기가 그렇게 늙어 보이냐며 나의 얼굴에 자신의 늙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그녀가 한국어를 공부했으면 얼마나 했을까? 헌데 결자해지라 웃기기도 하면서 의미심장했다. 한국을 떠나며 주변 지인들에게 좋은 사자성어를 물었던 것일까? 아니면 한국어를 공부하던 책에 <잠깐! 쉬어가세요> 코너에서 읽은 것일까?


끝이 없는 것은 없다. 우리는 삶이란 연극에 주인공으로 살지만 결국 삶이란 연극도 죽음으로 막을 내리고, 연인도 헤어짐으로 끝을 낸다.


때때로 끝맺음은 두려움과 이어지기도 하는데 그 마음은 온전히 자기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5학년에 올라가며 반이 달라지면서 항상 메일을  주고받자던 동창생은 지금 한 남자의 부인이 되어있고, 사회인이 되어 있다.


영원하자던 우장초등학교 4학년 2반의 다짐은 곧 두려움과 같았다. 하지만 5학년이 되어 새로 만난 급우들과 사탕과 빼빼로를  주고받던 우리에게 두려움은 사라졌다. 다만 그 자리엔 새로운 사람과의 행복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시작도 못해본 사람들이 끝맺음이 두려워 발을 디딜까? 말까? 고민한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인생을 좀먹는 쓸데없는 걱정의 좀벌레일 뿐이다.

화장실 갈 걸 알면서도 먹고, 지울걸 알면서도 화장하고,  설거지할 걸 알면서도 음식을 하고, 죽을 걸 알면서도 산다. 그러니 끝이 있어도, 있음을 알아도 해야 한다. 그게 뭐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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