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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Oct 10. 2015

#4 일단 대학부터 갈까?(2/2)

천천히 생각해보자

일단 대학부터 와보니 모든 것이 어색한 새내기 시절 나는 고등학생도 대학생도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짜 주던 시간표는 없고, 모든 것이 자율이었다. 미국에서는 고등학생 때에도 수업표를 자신이 짜서 수업을 듣는다. 외국 명문대를 가장 많이 보내는 학교로 알려진 한국의 민족사관고등학교도 학생들이 직접 시간표를 짜서 수업을 듣는다.


수업 시간표를 짜는 것부터 어느 것 하나 정해진 것이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룰을 세우고 내가 그 룰에 따라야 했다. 말로만 듣던 자유를 얻게 되었다. 자유가 없다가 갑자기 또 자유를 맞닥뜨리면 당황스럽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난 대학교에 왔으니 내가 공부하고 싶었던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닌 점수를 잘 딸 수 있는 수업을 찾고, 수강했다. 남들과 다를바 없이 한 것이다. 이렇게 수업을 듣는 이유는 학점 관리를 잘 해서 좋은 회사에 취직할 기반을 만들어 놓기 위함이다.


스물일곱에 취직하지 않기로 결심한 나로서 스무 살 때의 그 선택들은 모두 부질없는 것이 된 것이다. 그 시간에 고전 한 권을 더 읽던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수업을 수강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되는 길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혹 안다고 해도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잘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학교 문화라는 것이 앞에선 안 그런 척하지만 모두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수업을 듣는다고 꼭 좋은 점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족보가 있거나 쉬운 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


깊은 생각 없이 무작정 간 대학교에서는 하루에 3시간~6시간만 수업을 듣고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는 대학생들로 가득하다. 요즘은 취업준비를 1학년 때부터 하기 때문에 바쁘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것이 정녕 대학의 현실인가에 대해 다시금 가슴이 아려온다.


대학을 나와서 나쁠 것 있냐는 물음에 나는 “나쁠 것 없다”고 답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을 나와서 승산이 있냐는 물음에 나는 답할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학벌에 의지해 취업하는 시대는 끝난 것이다.


대졸자 일자리는 아니지만 맥도널드는 이미 임금이 적정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판단하여 자동화, 기계화 추세다. 지금 머물고 있는 호주에도 몇 달 전 주문을 터치스크린으로 할 수 있는 기계가 생겼다. 맥도널드 측은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맞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기계화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는 안정적인 일자리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지만 서양에서는 20년 전부터 그런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다. 대졸자는 15년 동안 3번 이상의 직업이 바뀌는 상황을 겪고 있고, 그로 인해 자신의 계발을 계속해서 해나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대학교를 졸업해 내가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는 아닐 것이다. 일단 대학은 나왔으니 취직은 해야겠고, 수백 군데에 원서를 넣어 겨우 입사한 회사는 이미 회사일로 지친 상사들이 우글거리고, 내 미래의 모습이 내 상사의 모습이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뛰쳐나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이제 학벌에 목숨을 걸 시대는 지났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찾고, 그것을 개발하고 그것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모두 평생직장은 없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열심히 십여 년간 근무한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면 눈 앞이 캄캄할 것이다. 그런 수모를 당하기 전에, 대학교 간판을 믿고 안심하기 전에 선택해야 한다.


이제는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 일단 대학부터 갈까?라는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낭떠러지로 달리고 있는 누 떼를 좇아 달려가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자신의 적성과 기질에 상관없이 무작정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요리 재료와 상관없이 나는 김치볶음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요리 재료는 백숙 재료인데 어떻게 김치볶음밥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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