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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Oct 19. 2015

#10 나만 왜 이러는 걸까?(1/2)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한 때 인터넷과 예능프로그램을 뜨겁게 다군 유해진이 나온 광고의 대사다. 사람들이 이 광고 멘트에 열광한 이유는 아마도 정말로 그러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학업에, 일에, 상사에, 돈에, 사회생활에 치여 지친 삶들에게 유해진의 멘트는 나를 이해해주고 나의 말을 대변해주는 것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을 때가 있었고,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부나 성공을 위한 몸부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사는 삶, 살고 나서 생각하는 삶을 살았었다.


모든 일의 중심은 술과 사람이었고, 때때로 나는 나에게 더 중요한 일이 있었음에도 그런 일을 외면한 채 무리와 술을 찾아다녔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이끌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아마 나는 내가 정상적인 경쟁에서 버티기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경쟁의 레이스에 달릴 자신조차 없던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이 레이스에서 벗어나자는 무의식의 합리화가 있었던 것이다.


군대에서 만난 나보다 한 살 많은 동기 석민이 형은 나보다 학벌도 좋았고, 미래에 대한 진취적인 꿈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 형을 따라서 그 형이 취득하는 자격증 또는 시험들에  응시했다. 나의 생각과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 그저 따라가면 나중에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따라갔다.


석민이 형은 나중에 사회 나가서 따야 하는 기초적인 자격증들을 지금 따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고 워드 1급, 컴활 1급, 한자 2급을 차례대로 시험 보았고, 나 역시 형을 따라 공부하고 외박이나 휴가 때 시험을 보고 오기도 하였다. 운이 좋게도 나는 3개의 자격증 모두 한 번에 붙었다. 성취감은 느꼈지만 어딘가 허전했다. 하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내가 뭘 원하고,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저 같이 뛰고 있으니 땄던 자격증들이었다.


자격증을 다 딴 석민이 형은 토익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걸로 점수를 따서 'WEST'라는 국제 인턴십에 지원할 생각이라고 했다. 나 역시 해보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서 포기했고, 덩달아 목표가 없으니 토익도 하지 않았다. 결국 석민이 형은 토익 점수를 따서 서류전형에 통과하였고, 휴가를 나가 면접도 통과하고 웨스트 프로그램에 최종 합격하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전역한지 한, 두  달쯤 되었을 때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갔다고 들었다.


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나만 뒤쳐진 느낌이 들고, 나만 왜 이러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역 후 나는 날개를 단 듯 2년 간의 묶여있었던 내 안의 새를 캠퍼스에 풀어놓았고 나는 훨훨 날아다녔다. 날아다님이 나를 위한 응축의 시간에 활용되지 못했고, 모든 것들이 산산이 흩어졌다. 시간은 잘 쓰지 못해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할 일은 많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뭘 하면서 먹고 살까에 집중했다. '뭘 하면 돈을 많이 벌까? 뭘 하면 돈을 쉽게 벌까?'와 같은 생각들을 했다.


막연한 미래에 암담했지만 무엇인가 하기가 두려웠다. 그래도 무엇인가는 해야겠다는 무엇의 압박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것을 열심히 하면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을 몰랐다. 주변을 살피고 주변에서 가장 좋아 보이는 사람을 찾고, 그것을 실행하는 일에 익숙해진 나는 그대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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