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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Oct 21. 2015

#11 나만 왜 이러는 걸까?(2/2)

인생은 마라톤

여름방학이 되어 후배 2과 동기 1명, 나까지 총 4명이서 토익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다 똑같이 시작했지만 집중력과 실력은 달랐다.  그중 후배 한 명은 특출 나게 잘했다. 집중력도 좋았고, 공부도 잘하는 친구였다. 나를 포함한 나머지 3명은 숙제를 겨우 해가 벌금을 내지 않을 정도로 학원을 다녔다.


결과는 당연히  형편없었다. 2달은 속절없이 지나고 내 손에 얻어진 것은 입사서류는커녕 대외활동 지원서에 쓰기도 민망한 토익점수만 남았고, 나는  또다시 주변 사람들의 레이스를 바라보며 뛰어야 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다.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나는 끊임없이 나에게 물었다. ‘정말 취직을 해야 하는가?’ 취직한 선배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정말 행복하게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다들 월급이라는 마약에 중독된 상태였다. 끊을 수 없다고 했다. 일을 통한 보람이나 행복은커녕 스트레스만 늘어갈 뿐이라는 말이었다.


나 역시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일을 듣기만 하고 판단을 해선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들의 말이 나에겐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그렇다고 선배들이 나에게 취직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좋은 곳에 취직해서 차라리 힘들더라도 돈을 더 받거나 혹은 근무환경이 좋다고 소문난 곳에 지원하라는 이야기들이었다.

     

방황하는 시기에 다른 사람들의 레이스를 보면 답답하고, 내가 초라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만 왜 이러는 걸까?’, ‘다른 사람들처럼 달려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내가 누군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조차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 지루하고 반복적인 레이스에서 빠져나오면 그 레이스를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마라톤 중계를 보면 선두그룹 선수들을 잡아줄 때는 그들이 얼마나 빠른지 느끼기 어렵다. 그들은 비슷한 속도로 2~3m 간격을 두고 뛰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잘 달리는구나라는 느낌만 받는다. 하지만 마라톤 하는 선수들을 하늘에서 찍은 영상을 보면 다르다. 42.195km의 긴 코스에서 선두 그룹과  그다음 그룹과도 큰 거리 차이가 나고,  그다음 그룹도 있다. 하지만 결국 같이 뛰고 있을 때는 앞에 달려가는 선수를 좇기 위해서 뛸  수밖에 없다. 저 선수를 제쳐야만 내가 한 등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마라톤 선수들이 뛰는 길 양 옆으로 서서 마라톤 선수를 응원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가? 그들은 열심히 응원한다. 그리고 마라토너들이 얼마나 빠른 지도 보고, 몇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있는지도 본다. 그 사람은 객관적으로 마라토너와 그 레이스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레이스에 같이 뛰고 있을 때와는 달리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나도 뛰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졌다면 늦더라도 필요한 신발과 옷을 입고 같이 뛰는 것이다. 그렇지만 늦은 만큼 힘들고, 뒤따라가는 시간이 길 것이다. 반대로 ‘나는 같이 뛰기보단 내 길을 천천히, 묵묵히 걸어가야지’라고 생각하면 상황은 확 바뀐다.


더 이상 뛰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질투나 자격지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뛰는 사람은 뛰는 사람만의 목표가 있고, 그것을 위해 노력한다 생각하고, 존중할 뿐이다. 비교도 없다.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기 때문이다.


이런 객관적인 시각을 갖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레이스를 뛰기 전이면 더욱 좋다. 이미 초, 중, 고를 지나면서 레이스에 익숙해진 대학생들과 사회초년생들에게 레이스를 벗어나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이 어렵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여행, 유학, 자신만의 시간 그 어떤 것이든지 좋다. 끊임없이 현재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자신을  분리시킬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 없이 한참 뛰다가 더 이상 못 뛸 것 같아 레이스에서 빠져 나왔을 때의 자괴감과 허무함은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그래서 뛰기 전에 혹은 뛰고 있더라도 최대한 초입부에서 자신의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레이스에 지쳐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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