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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Oct 23. 2015

#12 책을 만나다(1/3)

후회는 가슴에 사무친다

용민아 엄마, 아빠 일 다녀올게, 시간 나면 책도 좀 읽고……

철부지 청소년 시절 방학이면 항상 게임만 하던 나에게 출근하시던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이제와 왜 이렇게 가슴에 사무치 모르겠다. 아마 내가  그때의 나를 조금은 후회하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출근하시는 부모님을 신발장까지 나가 배웅하고서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게임에서 내가 1등을 한 것도 아니고, 목적과 목표가 없으니 손에 닿는 것을 했던 것 같다. 게임에 돈을 투자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소년 용민이는 시간을 들이는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 가지고는 택도 없는 노릇이었다. 몇 개월을 게임해서 얻는 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몇 분 만에 사버리는 어른들의 캐릭터들은 내 캐릭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때의 난 시간이 흐르기만을 바라던 철없는 아이였다.


스무 살이 되어 운 좋게 입학한 대학에서는 게임할 시간이 확실히 많이 없었다. 하지만 방학만 되면 그 길고,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가끔 게임을 하곤 했다. 스트레스 해소도 아니고, 그저 시간 때우기 용으로 말이다. 내가 가장 후회하는 점은 그 게임에서 최고가 되어보지 못한 것이다. 아마 게임을 끊기 전까지 최고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 나에게 미련을 남게 했던 부분인 것 같다.


청춘의 시간이 귀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9년 3월 군에 입대하고 나서야 자유와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규칙적인 생활을 반복하다 보면 규칙적인 것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이 강해진다. 하지만 정해진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하기 싫어도, 힘들어도, 하루 일과는 해야 하는 곳이 군대이기 때문이다.


통제와 규율의 집단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독서였다. 입대하면 신병교육대에서 3일 동안 대기하면서 신체검사를 하고, 보급품을 나누어 준다.  그때만 하더라도 긴장이 된 상태라 무엇을 읽는다는 것 자체를 생각할 수 없는 때다.


3일이 지나면 신병교육대에서 훈련소로 이동한다. 훈련소에서는 5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받게 된다. 이 때부터 군대에 왔다는 것이 실감 나기 시작한다. 전투복에 자신의 명찰을 바느질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행군, 화생방, 사격 등 모든 것들이 내가 지금 사회가 아닌 군대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 곳에서 나는 무엇인가 읽고 싶다는 욕망이 차올랐다. 물이 100도가 되면 끓듯, 끓어오르는 욕망 같은 것이었다. 훈련소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곤 국방일보, 좋은 생각, 에세이 등이 있다. 국방일보엔 매일 군 소식을 전해주고, 마지막 장에는 장병들의 사설이 나온다. 좋은 생각과 에세이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는데 그 이야기들이 그다지 재미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계속 읽었다.


하지만 훈련소에서는 개인 정비 시간이 많이 없다. 밥을 먹을 때도, 훈련을 받을 때도, 씻을 때도 뭐든 다 같이 많은 수의 장병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준비, 대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 시간에는 책을 읽을 수 없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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