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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Oct 25. 2015

#13 책을 만나다(2/3)

속독법? 누구냐 넌!

5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이 끝나고 자대 배치를 받았다. 어떤 이들은 후반기 교육이라 불리는 것을 받으러 정보통신학교나, 야전수송교육대로 가기도 했다. 나는 다른 후반기 교육 없이 바로 자대 배치를 받았다.


나의 부대는 전라남도 장성이었다. 장성은 상무대라 불리는 군사학교가 밀집한 지역이다. 상무대에는 보병, 포병, 화생방, 기계화, 공병학교 총 5개의 학교와 예하 지원부대가 있다. 나는 육군 포병학교로 자대 배치를 받았다.


처음 포병학교로 온 병사는 나를 포함해 6명이었고,  그중 2명이  차출되어 여기에 남고 나머지는 전투부대로 간다고 했다. 나는 운 좋게 차출되었고 장성에 위치한 상무대 포병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나의 보직은 초급 장교와 부사관을 가르치는 교관 장교의 행정 조교이자 대령 근무병이었다. 교관님들의 수업 일정을 짜고, 학처 내의 하루, 주, 월 단위 일정을 조절하는 일과 내가 근무하는 곳의 학처장님을 수발하는 근무병 역할도 했다. 근무병이란 일명 당번병으로 비서 역할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처음 자대를  배치받고, 일을 배울 때는 정신이 없었다. 누구나 그러듯 내무실에서도 막내고 사무실에서도 막 들어온 신병이기에 항상 긴장한 상태였다. 다행히 사무실에는 나의 사수 말고는 나보다 선임이 없었다. 내 사수가 떠나면 나 혼자 근무하는 곳이라서 마음은 놓였다.


일은 점차  적응되어갔다. 사무실과 내무실 생활이 안정을 찾아갈 즈음부터 나는 다시 책을 만나게 되었다. 포병학교 내에는 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위해 도서관이 있다. 하지만 많은 훈련과 공부량으로  교육받는 학생들이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곳에서 많은 책들과 만날 수 있었다.  훈련받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관, 조교들까지 책을 빌릴 수 있었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오고 일과가 끝나고 책을 읽는 기쁨은 컸다.


처음에 내가 주력해서 읽은 책은 도서법에 관련 책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제대로 된 독서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나는 독서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하루에도 책은 수 십 권 씩 출판되고, 이미 나와 있는 많은 책들은 많은데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래서 눈에 들어온 것이 속독법이다.


큰 도서관이 아니었던 포병학교 도서관에는 속독법과 관련된 책이 많지 않았다. 4~5권 정도 속독법책이 있었고, 나머지는 독서법 자체에 대한 책들이었다. 속독법 책을 읽고 속독을 시도해보았다. 쉽지 않았다. 책의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내가 시작하기엔 어려운 방법이었다.


속독을 통한 마구잡이식 독서의 효율성을 느끼지 못한 나는 책을 정도로 읽기 시작했다. 숙독처럼 꼼꼼히 읽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정독을 하려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으려 노력했다. 힘들었다. 같은 자세로 앉아서 책을 끝까지 읽어낸다는 무식함은 아무것도 몰랐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한 권씩 읽어 나갔다. 학창시절 책 좀 읽으라고 하셨던 부모님의 말씀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부터 읽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늦게 시작했어도 포기할 수는 없는 법. 더뎌도 한 권씩 읽었다. 책을 한 권씩 읽다 보니 이상하게도 글이 쓰고 싶어 졌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채워진 것을 다시 토해내듯 글을 쓰고 싶었다. 나는 책을 요약하고, 느낀 점을 쓰는 독서감상문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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