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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Oct 27. 2015

#14 책을 만나다(3/3)

작은 성취는 동기부여가 되다

처음엔 단문으로 짧게 썼다. 5줄 내외의 감상문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깊이가 있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느낀 점을 쓴다는 것에 집중했다. 한 권 읽을 때마다 쓴 독서감상문이 전역할 때가 되니 100권 가까이 되었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그 때 처음으로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고, 꾸준하게 한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글을 쓰고 나서 놀라운 경험 한 적도 있다. 상병 말쯤이었다. 육군포병학교 내에서 독후감 대회가 열렸다. 정해진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몇 명을 뽑아서 포상휴가를 주는 것이었다. 강제는 아니었기에 많은 장병들이 큰 관심이 없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장병들도 있었지만 글쓰기에는 자신이 없는 장병들이 많았다.


나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내 글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를 받아보고 싶었다. 정해진 책을 정독했다. 백선엽 장군이 쓴 책이었는데 6.25 전쟁을 다룬 책이어서 그런지 긴박하고, 전개가 빨랐다. 꽤 두꺼운 책이었음에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독후감을 쓰기 시작했다.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쓸텐데 차별화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삶과 선조들의 노력을 결합해 글을 풀어갔다. 그들의 피와 땀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행복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휴전으로 마무리되지 않은 이 전쟁이 공식적으로 마무리 되고, 하나의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썼다.


발표날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일과에 정신이 없었다. 군대란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나의 일보다 내가 맡은 보직이 더 우선시 되야 하는 곳이다. 드디어 발표날. 나는 바쁜 일과를 마치고 행정반에 가 확인하니 내 이름이 있었다. 대상은 아니지만 2등인 최우수상을 탄 것이다. 나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행정반 사무실에서 소리를 질렀다.


1등을 못해 아쉬움보다는 내가 많은 장병들이 써낸 글 중에 2등을 해냈다는 성취감이 나를 더욱 흥분시켰다. 전국적인 글쓰기 대회는 아니었지만 나는 내 성과에 큰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작은 시작이었다. 책에 대한 지식 또는 방법조차 몰랐다. 한 걸음씩 시작했다. 책을 만난다는 것은 그런 것 같다. 책을 읽는다고 재벌이 된다거나, 박학다식해져 이 세상 모든 지식을 알 수 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몰랐던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기쁨, 그리고 내가 안 것을 내 생각과 결합하여 글을 써나가는 일은 세상에 많은 즐거움 중 손에 꼽힐 만큼 큰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처음은 힘들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첫 걸음을 뗄 때 막막하고, 두렵고,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진정으로 그들의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어려움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알 것 같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내가 되기 위해서 책만큼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많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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