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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lf Feb 13. 2021

'선풍기 틀고 자면 죽는다.'를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유사과학(의사과학)을 싫어하지 않는 물리학도가

의사과학(擬似科學, 영어: pseudoscience) 또는 유사과학(類似科學) 혹은 사이비과학(似而非科學)은 학문, 학설, 이론, 지식, 연구 등에서 그 주창자와 연구자가 과학이라 주장하지만, 과학의 요건으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과학적 방법)과 맞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의사과학이라는 용어는 어떤 것이 부정확하거나 심지어 기만적으로 표현되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에 멸칭으로 사용된다.

출처 - 위키백과 


이과로 살다 보면, 유사과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자주 겪게 된다. 유사과학의 가장 대중화된 예시는 '물은 답을 알고 있다.'가 되겠다. 워낙 신빙성이 없는 내용이라 정확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물이 얼음으로 결정화되는 과정에서 좋은 말(칭찬)을 하면 결정 모양이 더 아름다워지고, 나쁜 말(욕설)을 하면 그렇지 않다는 '실험' 내용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인체의 70%가 수분인데 욕설을 들으면 얼마나 부정적 영향이 생길까에 대해 언급하며 초등학생들에게 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주장한다. 나 역시 초등학생 때 이런 영상을 봤었는데, 속으로는 '그렇다면 러시아어로 감사하다는 뜻인 [스바시바(Спасибо)]를 계속 말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고민을 했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선풍기를 틀고 자면 산소가 부족해져 죽을 수도 있다.', '게르마늄에서 나오는 음이온 성분이 몸에 이롭기에, 게르마늄 침대, 팔찌는 실제 효용이 있다.', '특정 결정 형태를 유지하는 물인 육각수는 몸에 좋다.' 등등 셀 수도 없는 유사과학이 아직 세상에 많이 존재한다. 유사과학은 위키백과에서 따온 것처럼, "과학적 방법"을 지키지 않기에 많은 비난을 받는다. 


유사과학과 그에 속아 넘어간 사람들을 비난하는 이들을 옆에서 보고 있자면,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 비난의 화살표가 나에게도 꽂히는 것만 같다. 죽일 수 없는 반골 기질에 머릿속에 토론장을 열어본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그렇게 과학적인 방법이고, 너네들(비난하는 사람들)도 그에 따라 지식을 습득하는가에 대한 토론이다.


오랜 토론의 결과는 

너네들도 그리 다르지 않다.



유사과학의 가장 큰 특징은 '과학적 방법의 부재'이다. 하지만 사실 유사과학을 비난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유를 정확히 모른 채 남들이 비난하기에 같이 비난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적 방법의 부재를 알아차리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어떤 이들은 '과학적 직관'으로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으면 과학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그들이 하는 말은 이런 식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욕한다고 물의 결정 모양이 바뀌겠어? 걔네들이 귀가 있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과학의 발전을 보면 언제나 그런 통념을 깨면서 일어났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과학 혁명인 상대성이론과 양자물리의 등장만 봐도 그렇다.


빠른 비행기를 탄 사람의 시간이 느리게 지나간다고 주장하는 상대성 이론과 입자는 사실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날 수 있다고 하는 양자물리. 과연 이러한 생각들이 우리 일반 상식과 부합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단언컨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 당시 내로라하는 과학자들 역시 과학적 논리와 사고방식의 본좌이면서도 지금은 널리 알려진 과학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박하곤 했었다.


아인슈타인.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천재인 그 역시도 허블의 법칙을 반대했었고,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반박했었고, 지금은 암흑에너지를 암시한다는 '우주상수'에 대해 자신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라고 말했었다. 하물며 세기의 천재라 불렸던 그 역시도 정확히 구현할 수 없었던 과학적 직관인데 어떻게 일반 사람들이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상상해보아라. 지구가 돈다고 주장하는 지동설을 처음 만난 천동설 사람들은 그들이 유사과학이라고 비난했을 것이다. 


과학은 '틀림'의 연속으로 비로소 발전하며 이는 귀납적 사실 체계가 가질 수밖에 없는 치명적 단점이다. 반대되는 수학은 연역적 사실 체계인데, 연역적인 사실처럼 초기부터 결론이 '예정'되어있지 않는 한, 수많은 개별 사례로부터 익힌 귀납적 명제는 참일 확률이 0에 수렴한다. 하지만 그렇게 완벽해 보이는 수학에도 불완전성 정리(참인 명제여도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존재한다.)를 고려해본다면 인간이 우주나 진리를 바라보는 도구가 환상보다 훨씬 빈약하다고도 느낄 수 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명제들이 사실로 밝혀지는 것. 그런 사건들이 기존 과학 진리 체계를 흔들고 결국은 혁명으로 이어진다. 비상식적인 것들이 상식적인 것으로 바뀌는 것. 그에 따라, 과학적 사고가 재정의되며, 지식이 재정립되는 것. 그것이 과학이라고 건방지게 말해보고 싶다. 


그렇다면 지동설을 처음에 왜 그렇게 이상해 보였을까? 지동설에 대해 사파 과학이라 평가하고, 터무니도 없다고 느낀 고대 사람들은 그저 멍청하기 때문에 실수를 저지른 것일까? 그렇지 않다. 무언가를 알지 못했을 뿐. 무지(無知)는 독특한 녀석이다. 존재성에 의문을 가진 이는 한 명도 없지만, 아무도 자신의 논리 속에 숨어있으리라 상상하지 못한다. 언행에 강한 영향을 미쳐 금방이라도 찾아낼 수 있을 것만 같지만, 그 걸로부터 역추적하기엔 무지는 다른 변수(자존심, 가치관의 차이, 개개인의 차이) 뒤에 잘 숨어있다. 유사과학이 나름의 실험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비난하는 이들을 보면, 이런 무지에 대한 과소평가와 자신이 가진 지식체계에 대한 과신처럼만 보일 뿐이다.


반에 30명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29명의 수학, 과학 공부법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나 역시도 29명 속 사람이었고 언제나 책에 있는 정보에 의심을 가지지 않고 배워왔었다. 과학적 실험 속 아름다운 설계를 공감하지 못했으며 실험 데이터가 일반화된 가설로 번역되는 치열한 과정을 미처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저 물은 얼면 부피가 증가하고, 만유인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등의 지식들을 스펀지처럼 그저 흡수할 뿐이었다. 문과 과목과 이과 과목의 공부법의 차이는 문제집 속 문제들의 개념 활용도만 차이가 났었다. 그나마 고등학교 때부터는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을 의심하며 살았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당연한 교육 현실을 알고 있다. 과학이 과학적 방법에 의해 수용되지 않다는 것을 경험한 나에게, 유사과학은 과학적 방법에 의해 검증되지 않은 지식체계라고 비난하는 것은 지난 12년 동안의 과오를 들킨 느낌이다.


과학. 근사한 수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과목이라 오해했었다. 과학의 본질은 '일반화된 가설'과 그를 증명/반증하는 '실험'이다. 가설이 아무리 이상하고, 비논리적이라 하여도 실험 데이터를 잘 설명하고 일반 세상을 잘 설명할 수 있으면 그것은 '논리적'인 가설이다. 우리의 직관을 바꿔야 하는 것이며 그렇게 양자물리와 상대성이론이 발전했다. 상식적인지, 그렇지 않은지가 중요한 것이 아닌 세상을 설명하는 비 가변적 명제와 그것의 참 거짓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수많은 개별 사례. 그것이 과학의 정수이다. 물론 종교처럼 참 거짓 여부를 말할 수 없는 것들은 과학이라 보기 힘들다.


'끈 팔이'라는 귀여운 멸칭을 가진 초끈이론 연구자들. 가끔 물리 천문학부 사람들끼리 초끈이론을 연구하는 사람들에 관한 평가를 하면 그 평가가 상이하게 갈린다. 누구는 세상이 4차원은 훌쩍 뛰어넘는 차원을 가진 '끈'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정하였을 때, 수많은 이론들이 단 하나로 설명되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한 사람도 있고, 이론을 뒷받침할 실험이 재현 불가하고 그렇기에 과학이라 보긴 힘들다는 강경한 입장도 있다. 예전 콜로퀴움(교수들이 학부형/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자신의 연구 주제를 간략히/쉽게(!) 설명하는 설명회)에서 초끈이론을 하시는 교수님이 수업을 하신 적 있는데 그 당시 가장 인상 깊었던 말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또 모르죠. 50년 뒤에는 (화면을 가리키며) 이게 당연한 것이 되어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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