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좀먹은 슬로건
이 글은 제 글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올라왔던 글입니다.
혐오와 편 가르기는 분명 '세상 사람들이 생각이 짧고, 부도덕하다'라는 오해에서 나온다. 이들이 오해를 하게 된 이유는 꽤나 당연한데, 현대 사회는 '슬로건'이 지배하는 사회이고 그들은 이런 슬로건에 매혹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슬로건 : 어떤 단체의 주의, 주장 따위를 간결하게 나타낸 짧은 어구
슬로건에 현혹된 사람의 도덕적 가치 판단 기준은 단순할 수밖에 없다(슬로건의 정의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다른 말로, 그들은 가장 단순하고 쉬운 설명들만 찾으며 그 답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잘못된 일이 정말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는다. 가령 "도둑질은 나쁜 것이다."라는 슬로건에 현혹된 사람은 홍길동과 장발장, 괴도 키드와 은행 강도범을 모두 똑같은 선상에서 바라볼 것이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들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어떤 사람도 그들에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 그들이 믿고 있는 반대편의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누가 괜스레 입을 열어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겠는가?
가장 쉬운 설명인 '신이 존재하다'를 부정하는 물리학도의 입장에서 슬로건에 현혹된 사람들은 광신도와 같다. 그들은 자신이 절대 틀리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남을 judge 하고 세상에 소리친다.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고.
그들에게 그토록 강한 신념을 준 이유는 슬로건은 상당히 자극적이고 강하기 때문이다. Nerd로서 드는 생각은 1차 근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었다. 0 부근에서 sinx = x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듯이 sin x는 곡선이다. 0 부근에서 sinx = x라는 1차 근사에 매혹된 신도들은 삼각함수를 1차식으로 설명하려 한다. 하물며 세상을 1차식으로 설명하려 하는데 뭐..
현대사회는 집단 광기에 불타고 있다. 그럴듯한 1차 근사들이 더더욱 멍청이들만 낳고 있다는 뜻이다. 그들은 정부를 부정하고, 다른 사회 구성원들을 부정하고, 다른 국가를 부정한다. 그들에게는 이를 설명할 정말 좋은 1차 근사가 하나 있다.
"걔네들이 멍청해서 그래"
아이러니하게도 이 글 역시, '남은 모를 거다'라는 전제와 함께 쓰여있다. 하고 싶은 말은, 더 이상 자극적인 슬로건과 일반화로 "남은 멍청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 혐오와 오만으로 가득한 세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소통으로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고, 소통은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야만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