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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lf Dec 14. 2020

'Case by Case'를 논하려면

p.s. 3번째 쓰는 글 (휴지통 기능 만들어줘요 브런치님..)

"선배, 2학년이 되면서 전공을 처음 들어보는데, 전공 학점은 잘 받기 어려운 편인가요?"

"트레이너 선생님,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몸을 만들고 싶은데 운동을 몇 년 정도 하면 될까요?"

"(썸녀와의 카톡 중) 아 근데 너무 답장을 빨리하나? 밀당을 조금 해야 하나? 너 생각은 어때?"


살면서 자주 만날 법한, 자주 물어봤을 법한 질문들. 

Case by Case를 활용하여 이러한 질문에 대처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전공 학점은 교바교(교수 바이 교수)여서, 공부 많이 해도 잘 안 나올 수도 있고, 그 반대도 충분히 일어날 법하지."

"사람마다 근육이 붙는 속도나 운동을 익히는 속도가 달라서, 누구는 1년 안에도 만들기도 하고, 누구는 5년 해도 못 만들어요."

"에이. 그건 사바사지. 밀당을 싫어하는 애들도 많더라. 난 개인적으로 해야 된다고 생각하긴 해."


이러한 답변들의 가장 큰 장점은 틀린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Case by case라는 말은 '답을 적어내지 않는' 표현이다. 반대로, 하나의 사실이나 규칙으로 모든 개별 사례를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풀지 않은 문제를 채점할 수는 없는 것처럼, Case by case라는 표현은 틀릴 수가 없다. 주어진 문제 앞에서 나름의 답을 적어내는 것이 아닌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기본적인 case by case의 발상이다. 이러한 발상은 다원화되고 복잡한 현대 사회 속에서 더 매력적으로 빛난다. 충분치 못한 변수 고려와 성급한 일반화가 만연할수록, Case by case이 가진 겸손과 중용의 미덕은 더 힘을 얻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겸손과 중용이 너무 커져버려 가려서는 안 되는 것을 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일반적 명제에 대한 논의가 case by case라는 표현 앞에서 무의미하다는 오명을 받고,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Case 사이들을 이어주는 유의미한 일반적 명제나 공통점이 언제나 존재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분명 그렇지 않은 경우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 사실이 유의미해지기 위해서는 판단이 개입해야 할 수밖에 없다. 즉, 답을 적어야 틀리든, 옳든, 또는 다르든 객관적 사실은 의미를 가져갈 수 있다. 그렇게 부여한 의미가 존재하지 않은 허상일 수 있지만, 의미를 가진 문장들 중 '일반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은 없다. 하지만 Case by case는 언제나 손쉽게 일반화 과정을 무너트린다. 방법은 간단하다. 반례를 가져오는 것. 명확한 반례 앞에서 일반화의 동기는 사그라들고 만다. Case by case의 극한은 그저 객관적 사실의 나열이다. 그런 건 책이나 컴퓨터, 종이도 할 수 있는 일이고, 글씨를 쓸 줄 아는 유치원생들도 할 줄 아는 것이다. 그런 객관적 사실을 줄줄이 외우고 있는 사람을 똑똑하다/유식하다는 표현을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런 사실들로부터 second product가 전혀 나오지 않는 사람은 우리는 현명하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컴퓨터가 계산을 잘하지만 수학을 잘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일어난 과거/존재하는 현상을 분석하려 해도, 미래를 예측하려 해도, 그 기반에는 일반적인 사실/규칙이 있을 수밖에 없다.


통계에 비유하자면, Case by case는 표준편차의 존재함을 강조하지, 평균에 관한 언급을 하지는 않는다. 되려, 평균을 묻는 것을 경계한다. 반 학생들의 키가 대략 160인가?라고 물어보면 180인 사람도 140인 사람도 있다고 답한다. 이것이 부적절하다거나, 대답 회피일 뿐이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표준편차를 가진 집단을 단순히 평균으로만 설명하려 하는 것이 더 논리적 오류에 가깝기 때문이다.


통계에서 우리는 Case  by case를 '올바르게' 논하기 위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먼저 '평균'에 관한 논의가 들어갈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앞에서 이야기했던 답변들을 가져오자면, 


"전공 학점은 교바교(교수 바이 교수)여서, 공부 많이 해도 잘 안 나올 수도 있고, 그 반대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데.. 그래도 과제 꼬박꼬박 다하고 책에 있는 문제 다 풀고 기출 다 풀어보면.. A-는 무난하게 나오던데 다른 애들은?"

"사람마다 근육이 붙는 속도나 운동을 익히는 속도가 달라서, 누구는 1년 안에도 만들기도 하고, 누구는 5년 해도 못 만들기도 해요. 보통은 식단 조절까지 빡세게 들어가면 2~3년이면 만들 것 같은데요?"


논의는 틀릴 수도, 맞을 수도 있다. 만약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그냥 모른다고 밝혀도 된다. 중요한 것은 '평균'에 관한 언급을 하는 것. 하지만 평균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논리적이거나 분명한 이유에 따라서 형성된 평균이 아닌, 그저 동전의 양면처럼 우연적인 사건에도 평균은 형성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에이. 그건 사바사지. 밀당을 싫어하는 애들도 많더라. 난 개인적으로 해야 된다고 생각하긴 해. 저번에 물어보니깐 거의 반반이던데?"


이런 경우는 '사람'의 특성과 '밀당에 대한 선호도' 사이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동전의 앞면이 나오는 평균적인 횟수가 그저 1/2이듯이, 문제에서 제시하는 변수가 사실은 문제 상황에 영향을 안 미친다는 것을 알려준다. 때로는, 다른 변수의 존재를 알려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람마다 근육이 붙는 속도나 운동을 익히는 속도가 달라서, 누구는 1년 안에도 만들기도 하고, 누구는 5년 해도 못 만들기도 해요. 보통은 식단 조절까지 빡세게 들어가면 2~3년이면 만들 것 같은데요? 사실 운동을 얼마나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주일에 몇 번 운동을 하는지, 식단관리를 하는지 안 하는지가 더 중요해요. 그런 것까지 철저하게 지키면 유전자 좋은 사람이면 6개월 안에도 만들죠."  


'이러한 변수들(일주일 운동 횟수, 식단관리 여부, 좋은 유전자) 때문에 단순히 '운동 경력'으로만 집계를 냈을 때 표준편차가 큰 편이고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라는 설명을 하는 윗 답변은 사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Case by Case 표현 활용 예시이다. 단순한 대답 회피나 문제 의문 제기를 하는 것이 아닌, 중요한 변수들의 종류를 파악해놓고, 그것을 정성적으로나마 설명할 수 있는 것. 단순히 f가 x의 함수만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 f는 x, y, z의 함수라고 이야기하는 것. 두 말이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전자는 사실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또한 그렇기에 무의미한 말이다.


Case by Case. 말 자체로는 정말 매력적이고 강력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성급한 일반화나 말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게 도와주며, 너무 일부 사례나 개인의 사례만으로 모든 것을 파악하려 하지 않았나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겸손의 단어이다. 하지만 잘못 쓰인다면, 그저 대답 회피이고 객관적 사실의 나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렇기에 case by case를 쓰기 전에 한 번쯤은 되돌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표준편차'에 너무 매몰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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