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글] CFO 25편:
나는 CFO다.

by Lucky Nine

우리는 늘 숫자로 말한다.

매출, 이익률, ROAS, CAC, 재고 회전율, 공헌이익…
숫자는 나에게 언어였고, 방어였고, 증명이었다.

하지만 이 긴 여정을 마무리하며 문득 든 생각은
내가 그 숫자들 너머에서 어떤 사람이었는가이다.


이 시리즈를 쓰면서 수없이 고민했다.
‘이건 너무 솔직한가?’
‘이 얘길 해도 될까?’
‘CFO가 이런 말도 하나?’

그런데 나는 알고 있다.
사람은 결국 숫자보다 기억에 남고,
보고서보다 말투를 더 오래 떠올린다는 것을.


누군가는 내가 너무 이른 나이에 너무 많은 것을 맡았다고 말한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질투도, 의심도, 감정의 거리도…
내가 실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그 무게에 비해 ‘어려 보였다’는 이유로 시작된 경우가 더 많았다.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내가 붙잡았던 건 단 하나였다.
진심.

때로는 보고서를 쓰다 혼자 자책했고,
회의실에서 침묵이 흘렀을 때 나를 탓했다.
내가 던진 말 한마디가 누군가를 위축시켰을까 봐,
내가 쓰지 않은 숫자 하나가 누군가의 밤을 망쳤을까 봐.

그 무게는, 아무도 보지 않지만
CFO가 매일 안고 살아야 하는 그림자다.


그림자와 공존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람의 말투’가 남긴 따뜻함을 기억한다.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한번만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던 실장님의 눈빛,
결산 마감 3일 전, “제가 먼저 한 번 정리해볼게요”라고 말해준
막내 회계팀원의 다짐.
그런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나는 숫자 뒤로 숨지 않고
숫자 앞에 설 수 있었다.


사실 이 시리즈를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 이야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이건 ‘우리’의 이야기였다.

함께 일했던 팀, 갈등했던 사람들,
나를 불편해했지만 결국은 이해해준 선배들,
내 실수를 묵묵히 덮어준 동료들.

그리고 아직도
CFO라는 단어가 어색한 내게
“당신답다”고 말해준 단 한 명의 독자까지.

이제 마무리를 할 시간이다.
나는 어떤 CFO였을까?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다.

나는 숫자로 설득하지 않았고,
사람의 온기로 이 자리를 지켜왔다.

“좋은 숫자는 오래 기억되지 않지만,
좋은 사람이 남긴 말은 오래 기억된다.”
— Lucky Nine


언젠가 다른 이야기를 다시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그땐 또 다른 이름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업종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역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때도
진심으로 숫자를 다루고,
사람을 향해 말을 고르는 사람이고 싶다.

감사합니다.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연재를 마치며

‘색조 브랜드 CFO’ 시리즈는 총 25편으로 구성되었으며,
Lucky Nine의 실무 경험과 고민, 그리고 사람이 남는 조직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지금까지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keyword
이전 24화색조 브랜드 CFO 24편: 숫자를 움직이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