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침묵을 고른다.
아는 것을 말하지 않는 건 쉽지 않지만,
내가 말했을 때 그 자리에 생기는 공기를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젊은 CFO는 회의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험대에 오른다.
발언 하나, 눈빛 하나, 몸을 기울이는 각도까지
사람들은 관찰하고, 해석하고, 평가한다.
그건 내 말이 틀려서가 아니라,
내가 말하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입사 초반, 어떤 상무님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CFO라고? 요즘은 참 빠르구먼.”
그 말엔 놀라움과 동시에 불편함과 의심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건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업무적으로 맞는 판단을 내려도,
때론 그것이 **‘맞는 말이지만 틀린 타이밍’**이 되곤 했다.
때로는 내 말이 맞는다는 걸 상대도 알지만,
‘그 말이 왜 너의 입에서 나와야 하느냐’는 분위기가 흘렀다.
나는 이 자리가
지식이나 분석력만으로는 존중받을 수 없는 자리라는 걸
아주 빠르게 배워야 했다.
그래서 고민이 깊어졌다.
나는 숫자를 이야기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사람 사이를 걷는 언어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인가?
한동안 나는 둘 사이에서 방향을 잃었다.
숫자를 더 날카롭게 해보기도 했고,
감정을 배제하고 완벽한 논리로만 승부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맞는 말인데, 차가웠다.
정확한데,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
어느 날, 마케팅팀장이 회의 중에
"요즘 제품이 고객에게 설득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데이터 부족을 지적했고,
누군가는 전략 미스를 탓했다.
나는 그 순간, 단 한 마디만 했다.
“혹시 우리가 고객을 설득하기 전에,
우리 내부에서조차 서로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그건 비판이 아닌 질문이었고,
조직 전체의 태도를 비추는 거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처음 느꼈다.
말은 온도를 남긴다.
말은 데이터를 넘어서 분위기를 만들고,
사람 사이의 거리를 벌리기도 좁히기도 한다는 것을.
그리고 CFO는
그 거리의 온도를 조절하는 사람이라는 걸.
“말은 칼이 될 수도 있고, 불이 될 수도 있으며,
가장 이상적일 때는 햇살이 된다.”
— 팀 켈러 (Tim Keller)
처음에는 질투를 받았다.
어린 나이에 온 자리였고,
어떤 팀장들은 내가 앉아있는 자리를 내심 불편해했다.
그 마음을 몰랐던 게 아니다.
단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질투는 결국 진심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그들이 내 진심을 느꼈던 건
내 분석이 완벽해서도,
내 보고서가 날카로워서도 아니다.
내가 말한 방식,
그리고 그 말이 남긴 온도 때문이었다.
오늘도 나는 회의실로 들어간다.
날카로운 숫자와 함께,
부드러운 언어를 품고.
말은 결국 정보가 아니라 관계이고,
결과가 아니라 분위기라는 걸 기억하면서.
데이터의 뒤편에서 묵묵히 체계를 지탱하는 사람들,
다음 편에서는 CFO STAFF의 존재와 그들의 진짜 역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