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도 중요하고 감정도 중요하다.
하지만 브랜드에 필요한 건 방향이다.”
우리는 고객의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후기, 리뷰, CS 데이터, VOC.
숫자로는 보이지 않던 신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회사 내부에선
서로 다른 목소리가 섞여 혼란이 시작됐다.
“우리는 감성을 팔아요.” (기획팀)
“고객은 기능을 먼저 봐요.” (마케팅팀)
“지금 트렌드는 이거예요.” (상품팀)
한 브랜드 아래,
세 개의 브랜드가 존재하고 있었다.
기획팀은 브랜드의 철학을 말했고,
마케팅팀은 전환률과 클릭율을 강조했고,
상품팀은 시장의 흐름을 근거로 들었다.
누구도 틀린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셋이 동시에 작동하자
브랜드는 갈피를 잃기 시작했다.
매출은 나왔지만, 색깔은 흐려졌다.
CFO는 보통 수치를 정리하는 사람이다.
매출, 원가, ROAS, 재고율.
하지만 브랜드 안에서 CFO는
이 수치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왜 나왔는지를 묻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매출은 누구의 기획에서 출발했는가
이 수익률은 어떤 철학의 결과인가
이 성장은 어떤 방향의 축적인가
누구도 틀리지 않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감성만 강조하면, 기능은 외면당하고
기능만 앞세우면, 브랜드 감동은 사라지고
트렌드만 좇으면, 철학이 없는 브랜드가 된다
그럴수록 기준이 필요했다.
우리가 무엇을 우선하는 브랜드인지,
그 기준이 모든 팀의 판단에 통일된 기준점이 되어야 했다.
논의를 반복한 끝에, 우리는 기준을 만들었다.
고객은 기능적 만족을 기본으로 삼지만
감성적 매력이 없으면 기억하지 않는다
제품은 철학에 충실하고, 트렌드는 참고만 한다
이것은 단순한 표어가 아니다.
의사결정의 방향이고, 예산 배분의 기준이고, 리스크 감수의 원칙이다.
브랜드는 숫자로만 설명할 수 없다.
고객의 감정, 내부의 철학, 시장의 흐름.
이 셋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준을 정리하고,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CFO라고 나는 믿는다.
또래들이 조금 더 시간을 가질 때,
나는 군 복무를 마치고, 곧장 사회로 나왔다.
덕분에 경력은 빨랐지만,
늘 한 가지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어린 놈이 뭘 안다고.”
그 시선에 지치기도 했고, 분노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진심은, 언젠가 기억이 된다.
색조 브랜드 CFO 23편: 그때 그 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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