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조 브랜드 CFO 20편: 내가 한거에요!

by Lucky Nine
"성과는 하나지만, 주인은 여럿이다.”


조용히 시작된 성과

신제품은 성공적이었다.
소란도, 잡음도 없이 시장에 안착했다.

이슈는 없었고,
클레임도 거의 없었고,
내부 지표도 안정적이었다.

마케팅 보고서엔
“목표 대비 187% 초과 달성”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재고는 3주도 안 돼 바닥났고,
예상치 못한 리오더가 잇따랐다.


그 이후, 공기가 이상해졌다

분위기는 좋았다.
팀장들은 단체 회식을 했고,
메신저엔 박수 이모티콘이 넘쳤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회의실 공기가 변했다.

“이건 캠페인이 잘 먹힌 거예요.”

“제품이 잘 만들어졌으니까 가능한 거죠.”

“초기 셋업 없었으면 이 성과 못 나왔어요.”

“CS팀이 잘 버텨준 게 결정적이었어요.”

각자 자기 팀의 성과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성과는 하나였지만, 주장은 여럿이었다.


누구의 성과인가?

CFO인 나는 숫자를 통해 결과를 먼저 본다.
하지만 그런 숫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제품이 어떻게 기획됐는지

캠페인이 언제부터 준비됐는지

현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고객의 반응을 어떻게 선제 대응했는지

숫자에는 그 어떤 팀 이름도 붙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성과를 향한 인정 욕구는
숫자보다 훨씬 복잡하고 예민했다.


성과 뒤의 긴장

한참 잘된 프로젝트 이후,
이상하리만치 많은 팀이 피로해 했다.
칭찬을 받았음에도 불편해했고,
성과를 냈음에도 기분이 상했다.

왜일까?

누군가는 “다 내 덕”이라는 식으로 말을 했고,
누군가는 “우린 왜 빠졌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어색함은
다음 협업을 더디게 만들었다.

성과는 남았지만,

공동체는 약간 흔들렸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

CFO는 결국 숫자를 관리하는 자리다.
하지만 숫자만 관리해서는
지속가능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 뒤에 있는 공기, 감정, 균형 —
이런 것들이 무너지면
다음 성과는 요행이 된다.

그래서 나는 숫자보다도
**“숫자가 만들어진 과정”**을 더 오래 들여다본다.


마무리하며

성과는 모두가 함께 만든 것이다.
하지만 그걸 공유하는 방식이 어긋나면,
성공조차 조직을 아프게 만든다.

CFO는 돈을 셀 뿐 아니라,
무너지는 균형을 바로잡아야 하는 사람이다.

성과가 의미 있으려면
그 성과 이후도 괜찮아야 한다.


다음 편 예고

잘 팔리던 제품에 고객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색이 왜 이래요?”
“이번엔 왜 리오더 안 해요?”
“초반 반응만 좋았던 거 아냐?”

숫자는 말이 없었지만,
고객은 계속 말하고 있었다.

색조 브랜드 CFO 21편: 숫자는 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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