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객은 말이 많다.”
제품은 물 흐르듯 조용히 퍼졌다.
뚜렷한 광고도 없었지만,
누군가는 이미 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어디선가 봤다며 이름을 기억했다.
물량은 생각보다 빨리 사라졌고,
물류팀은 예상보다 이른 출고 요청에 분주해졌다.
시장은 조용했지만, 반응은 분명히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CS팀의 담당자가 슬쩍 말했다.
“최근 그 제품 관련 문의가 꽤 들어오고 있어요.
특별한 불량은 아닌데, 다들 어딘가 불편하다고 해요.”
검색해봤다.
처음엔 별것 아닌 듯했던 리뷰들이
어느새 하나둘 모여 흐름이 되고 있었다.
“예쁘긴 한데, 왜 이리 빨리 지워지죠?”
“뚜껑 열기가 너무 불편해요.”
“두 번째는 안 살 것 같아요.”
우리는 이제야 알게 됐다.
숫자는 조용했지만, 고객은 말이 많았다는 걸.
CFO로서 나는 늘 숫자부터 본다.
성과는 명확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찜찜했다.
매출은 올라갔지만
재구매율은 미세하게 줄고 있었고
리뷰 키워드에 부정적인 단어가 자꾸 등장했다
우리가 바라보는 지표와
고객이 느끼는 경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이후, 우리는 다시 리뷰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VOC 데이터를 새롭게 보기로 했다.
후기 중 부정 키워드 등장 비율: 29%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예쁜데”, “지워짐”, “불편해요”
첫 구매 후 이탈율 증가 추세
우리가 좋다고 생각한 제품이
고객에겐 “딱 한 번쯤 사볼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매출은 결과이고,
결과는 숫자로 보인다.
하지만 브랜드는 숫자 이후에 만들어진다.
고객의 감정, 경험, 피드백, 반복 구매.
그 모든 것이 곧 미래의 재무제표다.
나는 이제 보고서를 작성할 때
재무지표 옆에 텍스트 기반 고객 피드백 요약을 넣는다.
그게 진짜 브랜드의 건강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숫자만을 신뢰한다.
하지만 숫자는 듣지 않는다.
듣는 건 고객이다.
리뷰 하나, 후기 한 줄, DM 하나.
그 작고 사소한 것들이 모여
브랜드를 지탱하거나, 무너뜨린다.
매출은 시작일 뿐이다.
브랜드는 그다음에 완성된다.
고객의 소리는 들었다.
그런데 내부에서는
서로 다른 말들이 오가고 있다.
“우린 감성을 팔아요”라는 기획팀,
“고객은 기능을 원해요”라는 마케팅팀.
브랜드 하나에, 기준은 셋.
혼선은 쌓이고 있었다.
조 브랜드 CFO 22편: 우리만의 기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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