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조 브랜드 CFO 24편:
숫자를 움직이는 사람들

by Lucky Nine

CFO라는 자리는 화려해 보일 수 있다.

경영진 회의에서 발표하고, 언론에 나가 인터뷰도 하고,
때로는 투자자와 단독 미팅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건
단 한 명의 능력 때문이 아니다.
그건, 나 대신 밤늦게까지 수치를 맞추고,
차트를 정리하며, 실수 없는 보고서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을 보통 “CFO STAFF”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호칭은,
현실에서는 종종 **'비서 같아 보이는 말'**로 오해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CFO의 손과 눈, 시스템의 척추다.

결산 마감일(Close)을 하루 앞둔 날,
나는 늦은 밤 회계팀에서 돌아온 보고서를 받는다.
보고서는 정리되어 있지만,
그 정리된 문장 하나하나 뒤엔 수백 개의 숫자가 있고,
그 숫자 뒤에는 팀원들이 맞춰온 시트와, ERP에 쌓인 로그,
그리고 실수 없이 흐르게 하기 위한 수많은 검증 과정이 있다.

단순한 숫자처럼 보이지만,
그건 누군가의 숙련된 손길과 밤샘의 기록이다.


CFO STAFF는 말이 없다.
대신 표가 빠르고, 결함을 먼저 찾아낸다.
그들은 종종 CEO의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CFO가 숫자를 책임질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조용한 조력자다.

한 회계팀 막내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제가 맞춘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가도,
CFO님이 그걸 발표하는 걸 보면 뿌듯해요.”
그 한 마디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건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그 말에는 책임이 있었고,
직무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재무관리 교과서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정보는 기록을 넘어 의사결정의 기반이 될 때, 비로소 자산이 된다.”

그리고 그 ‘자산’을 만드는 건,

데이터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오류를 찾아내고,

보고의 기준을 만들고,
자금 흐름을 시간에 맞춰 정렬해주는 STAFF들이다.


그들이 있어야 CFO는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지금이 안정적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미래를 향한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자주 생각한다.
내가 발표하는 숫자는 내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이라는 걸.

‘우리가 만든 보고서’는 실제로는 그들이 만든 수치의 합이고,
나는 그 위에 말을 덧붙일 뿐이다.


CFO의 존재감은 숫자로 증명된다.
그러나 그 숫자의 신뢰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쌓았는가에 달려 있다.


ERP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우리는 더 정확해졌지만,
여전히 '사람의 숙련'이 시스템을 완성시킨다.

요즘 나는 점점 더
CFO STAFF는 기술보다 중요한 유산이라는 걸 느낀다.
그들은 '데이터'가 아니라 '신뢰'를 만든다.

“신뢰는 보고되지 않지만, 모든 숫자의 기반이 된다.”


그들이 있어서, 나는 흔들려도 중심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이 있다는 걸 알기에,
나는 더 넓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오늘도 그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마감’과 ‘검토’ 사이에 서서 숫자를 다듬는다.
나는 안다.
그들의 손끝이 이 조직의 숨결이라는 것을.


다음 편 예고 – 마지막 이야기

숫자, 전략, 감정, 질투, 이해, 그리고 감사.

지금까지 달려온 모든 이야기를 정리하며,
마지막 편에서는 **‘나는 어떤 CFO였는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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