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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채영 Feb 01. 2018

당연한 것들이 당연한 나라, 아일랜드.

그리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나라.

하루에 사계절이 있는 나라. 우산을 챙기면 적어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나라. 그렇기에 햇살이 좋은 날 햇빛에 감사할 수 있는 나라.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아일랜드 더블린에서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보통 형광색 조끼를 입고 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그것이 무척이나 신기해 보였더랬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인데 말이다. 밤길 운전자를 위해, 혹은 보행자를 위해, 자신을 위해서든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말이다. 아이리쉬의 대화의 끝은 항상 thanks로 끝난다. 상대의 작은 친절에도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나라이다.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크게는 첫째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나라라는 것. 최저시급이 매우 높은 편이다.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신분인 필자도 최저시급보다 더 많이 받고 일을 하고 있다. 연말정산 시스템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런데 서민물가 예를들면 식자재나, 핸드폰 요금 같은 생활함에 있어 기본적인 소비 비용들은 아주 낮은 편이라 생활함에 매우 무리가 없다. 적어도 굶어 죽을 일은 없다. 또한, 같이 일을 하는 크루들과도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이다. 마지막으로 사랑을 사랑이라 말할 수 있는 나라이다. 동성애 합법화를 국민투표로 이룬 나라. 단지, 사랑하는 사람이 동성일 뿐이지. 그 누가 그들의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 할 수 있나. Love is Love. 지금의 대한민국과 비교하자면 참 많이 다르지 않나. 같은 2018년을 살아가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아일랜드가 무조건적으로 이상적인 나라라고는 말할 수 없다. 주거문제로 인하여 발생하는 노숙자문제 등이 있는데, 이들은 문제가 무엇인지 안다. 그리고 아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현 상황에 질문하고 해결책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당연한 것들을 절대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글의 제목과 모순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들은 투표로 그들의 권리를 주장했고, 손으로 직접 이루었다. 사람을 사람답게 사람으로 살 수 있게 말이다. 그 세상은 절대 저절로 이루어진 것 아니다. 수많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과 행동하는 사람들로 인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독립한 지 100년도 채 안된 우리나라에 비하여 아일랜드는 비교적 평화로웠다는 물리적인 시간을 무시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아일랜드에 비하여 사람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못 되는 것을 절대적 시간만을 이유로 혹은 핑계로 댄다면, 우리는 우리의 역사 속에서 우리만의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 역사는 저 멀리 있는 과거의 조선시대, 고려시대의 일들만이 역사가 아니다.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역사가 된다. 주변을 살펴보자, 조금만 더 우물에서 벗어나 보자. 사람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질문해보자. 나는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하겠다. 결국 답은 사람에 있다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 사랑과 존중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아일랜드 우편함 film @Lu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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