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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채영 Mar 28. 2018

Walking holiday

not working,



이제야 좀 안다 싶더랬다. 그러나, 멀었다. 인생. 人生.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 살아가는 것 또한 '일'이라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Working' holiday는 인생의 기승전결을 모두 압축하여놓은 것이 아닐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걷고 , 또 걸었다. 너무 답답했다. 누군가 내 마음을 열어서 깨끗하게 청소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그랬더랬다. 100가지의 문제가 있으면 그중 99가지의 해결책은 돈이라고. 그렇다면 나머지 한 가지는 무엇일까. 아마 나일 것이다. 결국 그 마음의 문을 열 사람은 역시나 나였다. 청소할 사람도 나였다. 결국 나로부터 해방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나다.




9개월째, 이 정도면 편할 만도 한데, 어쩐지 너무 순조로웠더랬다. 나는 결국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무너지고 말았다. 사람은 왜 죽는 것일까. 알고 보면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태어난 건 과거의 일이고, 죽는 건 미래의 일이라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삶과 죽음 모두 함께 있는 것이려나.



인사이드 아웃에서 결국 주인공을 위로해주는 것은 슬픔이었다. 한 없이 우울했다. 그리고 걸었다. 계속 걸었다. 그리고 내 안의 소리를 들었다. 이제 나는 나와 만나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아마 Working holiday의 다른 말은 Walking holiday 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가만히 있으면 되는 일은 없었다. 내가 움직여야 한다. 그것을 이제 나는 너무 잘 안다. 그래서 괴로운걸 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몰랐으면 했을 때도 있으니까. 아는 게 많아질수록, 모르는 것도 더 많아지는 이 아이러니함. 나는 Walking Holiday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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