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 2018 , 다섯 번째 이야기

지금 여기 더블린에서,다시는 오지 않을 찬란한 당신의 순간을 기록합니다.

by 장채영



더블린 사람들 2018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 워홀러, 어학연수 유학생 ; 아일랜드 더블린 한국인 청년 인터뷰 프로젝트





아일랜드 문학가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소설 『더블린 사람들』이라는 거울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거나 무시하고 싶거나 부정하고 싶은 우리 마음속의 그늘을 적나라하게 비춰준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알 수 없는 게 뭐니? 『더블린 사람들』이라는 거울 속에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그리하여 『더블린 사람들』을 읽을 때 우리는 모두 더블린 사람들이다. 아니, 더블린 사람들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스무 살에 읽으면 스무 살의 우리 자신을, 마흔 살에 읽으면 마흔 살의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더블린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반질반질한 거울이니까. 누가 앞에 서든 마음 깊은 골짜기까지 비추는 절대거울이니까.
출처 _ 김경욱 작가 우리는 모두 더블린 사람들






"지금 여기 더블린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찬란한 당신의 순간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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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사람들 2018>의 다섯 번째 인터뷰이는, 본인만의 신념으로 아일랜드 생활을 신실하게 보낸 영상 전공생이다. 어떤 신념으로 유학 생활을 했는지, 아일랜드 어학연수 8개월 차 균(24)을 아일랜드 제 2의 도시 골웨이의 양들이 뛰어 노는 작은 동네 렌바일에서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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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의 음악 In christ alone - passion













Q.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균 : 안녕하세요. 학생비자로 어학연수를 온 24살 균입니다.



Q. 언제 아일랜드에 오셨나요? 온 지 얼마나 되셨는지?


균 : 17년 6월 20일에 왔고, 8개월 정도 됐어요.



Q. 아일랜드에 오기 전에는 어떤 생활을 하셨나요?


균 : 17년 4월에 공군 만기전역을 했어요. 전역할 즈음 어학연수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오게 됐습니다.



Q. 왜 아일랜드로 어학연수를 오고 싶으셨는지?


균 : 다 그렇겠지만, 아일랜드에 대해 잘 몰랐어요. 아일랜드에 살았던 친구의 소식을 접하고 그때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매력적인 곳인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됐어요. 우선 물가가 괜찮았고, 유로를 사용하고, 학생 비자 받기가 수월했던 것도 중요했어요. 준비 시간이 많지 않았거든요. 또, 영국과 가까우니까요. 영국 음악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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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일랜드에 대한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균 : 더블린 공항에 내려서 픽업해주시는 분 차를 타고 던드럼에 있는 홈스테이로 갔어요. 더블린 캐슬 앞으로 지나갔던 기억이 나요. 생각보다 더 작아서, 여기가 제일 큰 도시냐고 그랬더니, 그렇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지금 생각해보니 던드럼을 향해 내려가는데 풀밖에 없는 거예요. 좀 놀랐죠. 집에 도착을 잘하고 유심칩을 사려고 던드럼 쇼핑센터로 가는 길이었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돌아와서 홈맘한테 사람들은 어디 있냐고 물어봤죠. 다 집에 있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웃음)




Q. 아일랜드에 오기 전 상상했던 모습 어떤가요?


균 : 보통의 유럽 수도 정도 생각했어요. 런던처럼 화려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소박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죠.



Q. 아일랜드에서 어떤 생활을 하셨나요?


균 : 어학원을 열심히 다녔어요.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한인교회를 다니기도 했고요. 일은 안 했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이었어요. 돌아보니 8개월이 긴 시간이 아니네요.



Q. 여행은 어디로 다녀오셨는지?


균 : 영국, 스페인, 모로코, 아이슬란드,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웨덴, 독일, 체코를 다녀왔어요.

가장 최근에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을 다녀왔는데, 혼자 하는 첫 여행이었어요. 기억에 남는 건 이탈리아 북부 메라노라는 도시에 친구 르나티를 만나러 갔던 일이에요. 르나티는 더블린에서 홈스테이 할 때같이 살았던 이탈리아 초등학교 선생님이세요. 함께 저녁을 먹고, 티를 마시면서 나눴던 대화들이 여러 날 동안 마음에 남아서 꼭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거든요. 이번에 기회가 돼서 만나러 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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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메라노는 어떤 도시인가요?


균 : 메라노는 거의 이탈리아 최북단에 있는 도시인데 저도 잘 몰랐어요. 원래 이탈리아가 아니고 오스트리아였대요. 이 지역이 현재는 ‘사우스 티롤’이라는 자치주 이면서 독일어와 이탈리아어를 함께 사용해요. 인구 4만 명의 작은 도시고, 알프스산맥 협곡에 있어서 주변 어디를 봐도 만년설이 덮인 산이 보였죠. 르나티가 사는 집도 오스트리아 양식의 천장이 아주 높은 100년이 넘은 집이었어요. 그 집에서 3일을 머물게 됐는데, 르나티가 그 시간을 모두 함께 해줬어요.

르나티가 평소에 가는 트래킹 코스를 함께 걸으면서, 현지인들이 모닝커피와 케이크를 즐기는 예쁜 디저트 카페에 갔고, 마을 곳곳의 유구한 유적을 소개해줬고, 만나는 동네 사람들 소개해주셨고요. 로컬사람만 알 수 있는 것 들이었죠. 그 주말은 르나티 친구의 생일파티가 있어서, 게스트로 홈 파티에도 초대받았어요. 손수 요리한 음식들과 함께, 춤추고, 편지를 읽어주고, 개사한 노래를 함께 불러주며 울고 웃는 그런 생일파티는 처음 가봤어요. 진짜 오스트리아식 생일파티라고 해야 하나, 정말 가정적이고 사랑이 넘치는 그런 시간이었고. 너무 너무 좋았어요. 그런 경험은 여행자로서 하기는 어려운 경험이니까.



- '여행을 일상처럼'이라는 말과 정말 잘 맞았던 여행인 것 같네요.



균 : 그렇죠. 그날 저녁에는 윗집에 사는 80대 할머니 할아버지와 저녁식사를 같이 했어요. 더블린에 같이 살 때 제가 홈스테이 가족들에게 알리오 올리오를 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게 기억이 나는지 음식을 해서 가져가는 게 어떻겠냐고 하셔서 같이 먹었죠. 독특한 경험이었던게 3개의 세대가 식사를 함께 한 거잖아요. 그런데 전혀 세대 차이를 느끼지 못했어요. 친구처럼 대화를 나눴거든요. 지혜로운 분들이었기 때문에 제 말을 더 잘 들어주신 것 같아요. 너무 좋았어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한국에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오셨었대요. 그래서 더 관심을 보여주셨던 것 같아요. 정말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이탈리아 여행을 할 때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을 위주로 갔었거든요. 나중에 느낀 건데 어딜 가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여행 떠나기 전에 밀라노에 가면 <최후의 만찬>을 꼭 보라고 추천받아서 미리 결제도 해놨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어떤 분과 시간을 보내다가 그 작품을 못 봤거든요. 그분이 그 얘기를 듣고 아쉬웠겠다고 하셨는데, 제가 그림보다 사람이 좋다고 했던 기억이 나요.




Q. 어떤 분을 만나신 건가요?



균 : 밀라노에서 기차를 타고 꼬모에 내려서, 거기서 또 배를 타고 벨라지오라는 작은 동네로 들어갔어요. 동네가 정말 작고 예뻐서 돌아보던 중에 미국인 아주머니 한 분이 길을 물어보시더라고요. 설명을 해드리고 헤어졌죠. 돌아가는 배를 기다리려고 선착장 앞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는데 그분이 계신 거예요. 그래서 대화를 시작했죠. 그분이 본인을 미국에서 온 유대인이라고 소개하셨어요. 대화를 하다 보니 꼬모로 가는 배, 밀라노로 가는 기차, 그리고 저녁식사까지 함께 하게 됐어요. 그분은 미국에서 온 유대인으로서, 저는 한국인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종교, 세대, 문화, 방향성, 삶에 대한 아주 다양한 이야기를 했어요. 잊을 수 없어요. 그래서 그런지 그림보다는 사람이 좋았어요. 그런데 모든 사람과 대화할 때 그런 건 아니잖아요. 특별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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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일랜드 내 여행은 어디 다녀오셨나요?


균 : 골웨이 코크 딩글 킬케니 킬라니 슬라이고 말라하이드 위클로우 호스 등등이요.



Q. 아일랜드에서 나만의 장소가 있다면요?


균 : 말리파크요. 온지 2-3주 됐을 때 즈음 자전거를 샀어요. 홈맘한테 근처에 갈만한 곳이 있냐고 여쭤봤는데, 말리파크를 추천해 주셨어요. 그때는 해가 늦게 질 때라 저녁 8시인데도 불구하고 해가 중천에 있었죠. 말리파크에 가면 필드가 여러 개 있는데, 조금 들어가면 무릎 높이쯤 되는 금빛 갈대밭이 있어요. 그때 그곳에 저 혼자 밖에 없는 거예요. 자전거를 쓰러 뜨려 놓고 가만히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어요. 너무 행복했어요. ‘혼자 나를 위해서, 아무도 없는 공원에 가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런 시간을 보내본 적이 있나’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한국에서는 없었던 것 같아요. 너무 좋았어요. 말리파크의 금빛 갈대밭에 혼자 서 있었던 경험을 잊을 수 없어요.



Q. 아일랜드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이 있다면요?


균 : 크리스마스 때요. 크리스마스 밀이라고, 아일랜드 한인회와 한인교회가 3년째 하고 있는 일이에요. 12월 25일에 아일랜드 홈리스들을 위해서, 한국인 유학생 그리고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위해 음식을 나누는 봉사를 해요. 올해는 제가 사진과 영상작가로 재능기부를 했어요.

단순히 식사를 제공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일랜드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감 있게 함께 살기 위한 노력에 의미가 있습니다. 너무 즐거웠고, 행복했어요. 어떤 홈리스 분은 갑자기 피아노를 치기도 하고요. 그들이 단순히 돈이 없어서 밥을 먹고 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홈리스 분들을 정중하게 게스트로 초대해서, 그분들을 위해 준비하고 대화를 나누는 거죠. 그들에게도 특별하고, 우리가 맨날 지나친 홈리스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저희에게도 특별했죠.



Q. 홈리스 분들에게 홍보는 어떻게 하나요?


균 : 한인회에서 크리스마스 몇 주 전부터 포스터를 만들어서 봉사자들에게 나눠요. 그리고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홈리스 분들을 보면 카드를 나눠주세요. 이런 자리가 있으니 와줬으면 좋겠다고 정중히 초대를 하는 거죠.




Q. 영상작업을 하셨다고 했는데, 다른 작업도 하시는 건지?


균 : 영상을 전공하고 있어요. 작업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워요. 장비가 조그마한 똑딱이 카메라 밖에 없어서. 여기 있는 동안은 주로 여행 영상을 만들었어요. 홈비디오 느낌으로, 가볍게 많이 찍었어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영상 툴을 배우고 작업을 할 기회가 계속 생겨서 꾸준히 해오다 보니까 전공도 선택하게 됐죠. 성격이 꼼꼼한 편이라서 작업에 대한 강박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즐기면서 했던 것 같아요. 영상은 투자하는 만큼 나오는 거니까. ‘주어진 것을 가지고 해내리라'라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해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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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외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균 : 딱 꼬집어서 말하기가 어려워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던 순간순간들이 소중했던 거 같아요. 피닉스파크에서 사슴을 봐서 너무 좋았다기보다는, 피닉스파크에서 어떤 사람과 함께여서 너무 좋았다 이런 거죠. 쇼핑을 하러 갔는데 300유로짜리를 100유로에 사서 너무 좋았다기보다는, 함께 차를 타고 쇼핑을 가면서 나누었던 대화 그리고 돌아와서 함께 먹었던 식사 같은 것들이 너무 좋았어요. 좋은 일은 그런 거죠.

우리가 공동체 안에 있다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큰 기쁨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가정이라는 공동체로부터, 친구들과의 만남, 학교, 직장 등등 항상 공동체의 부분으로 살아가요. 저는 크리스천으로서 신앙 공동체에 속해있기도 한데, 같은 방향성과 목적을 가지고 생각을 나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여행 중에 그런 공동체의 속성에 대해 많이 깨닫게 돼요. 저와 같은 방향성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대화할 때, 문화도, 세대도, 언어도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와 힘을 공유하며 엄청난 위로와 동질감을 느낄 때. 처음 보는 사람일지라도, 한사람 한 사람이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워요. 그런 순간들은 제게 큰 행복을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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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일랜드에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요?


균 : 힘든 일을 잘 까먹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정말 그때 힘들지 않아서였는지. 아니면 내가 힘든 순간을 잘 잊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주로 인종차별을 많이 당했으니까. 그런 순간들이 그 당시에는 견디기 힘들죠. 버스 2층에 올라가려고 하는데 위에서 내려오는 젊은 아이리쉬 남자가 발로 내려가라고 발길질을 하는 거예요. 제가 건강하고, 감정이 괜찮을 때는 그런 것들을 잘 견딜 수 있지만. 항상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생기는 날에는 조금 힘들죠. 아주 작은 것 들이지만요.



Q. 힘든 일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는지.


균 : 그 사람들을 미워하려고 마음먹으면 끝도 없이 미워할 수 있거든요. 그 일을 계속 곱씹으면서. 도대체 이 사람들은 왜 이래. 만약 이러기 시작하면 그 함정에 빠지는 것 같아요. 저도 똑같이 실수를 하는 사람이잖아요. 어쩌면 저도 한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서, 똑같은 시선으로 보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건 행동을 하고 말고의 차이지, 그런 마음을 먹었다는 건 저에게 발길질을 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저 또한 건강하지 못하고 성숙하지 못하면, 그들과 똑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조금 편한 것 같아요. 그런 작은 것들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고요. 저도 똑같은 사람이니까, 별반 다르지 않거든요. 오히려 이런 일들을 통해서 주변의 연약한 사람들을 더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을 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을 품으면, 굳었던 마음이 녹아내리는 거죠.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본인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 사람인지를 생각하면, 그런 것들은 별로 문제가 안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정말 사랑받을만한 사람들이니까요.

저를 어렵게 하는 사람들에게 욕을 한 바가지를 하고 두들겨서 패서 그들이 변화될 수 있다면, 그래서 제 마음이 시원하다 생각할꺼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든요. 만약에 제가 그 사람을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래서 최선을 다해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오히려 자기가 했던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변화되지 않을까요. 그런 종류의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쨌든 그 사람에게 사랑이 부족한 거니까. 안타깝게 여기고요.



- 그런 종류의 마음이라 함은, 긍정적인 마음가짐 인 건가요?


균 : 단순한 긍정으로는 힘들죠. 정확한 방향과 결론이 있어야 하는 데, 그건 사랑이에요. 동정심 정도가 아니라, 그 사람이 되어보는 통감하는 사랑이죠. 저, 그리고 모두가 또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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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일랜드에 오기 전과 후 스스로가 변한 점이 있다면요?


균 :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3년, 군대에서의 2년 여기에서의 근 1년 정도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어요. 보통의 한국 청년들이 그러듯이, 모든 걸 손에 쥐려고 했어요. 해야 하는 것들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죠. 당장 눈앞에 놓인 시험들, 수능, 대학, 또 대학에 가면 선배들 작업에 참여하고. 많은 이들이 누군가 정해놓은 방법들을 잘 따라가는데, 그런 것들은 자신들도 했기 때문에 따르는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인 경우가 많거든요. 저 또한 그런 것들을 열심히 분주하게 쫓아 사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군대에 갔을 때, 패러다임에 변화가 왔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꼈어요. 군대는 일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거든요.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왜냐면 옷도 다 똑같고, 밥도 같은 거 먹고, 잠도 같은 데서 자고. 다 똑같거든요. 그러다 보니 불필요한 욕심이 사라져요. 내게 맡겨진 일, 맡겨진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면 돼요. 제때 자고, 제때 일어나서, 제때 먹고, 제때 할 일하고 열심히 사는 삶을 살다 보니. 다른 사람을 쫓아 사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사는 그런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것 같아요.



- 군대에서 큰 깨달음을 얻으셨네요.



균 : 그렇죠. 정말 중요해요. 우리는 너무나 분주한 나머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분별하지 못하거든요. 아일랜드에 와서도 마찬가지로, 진짜 성실하게 살아야겠다는 것을 느꼈어요. 성실이라는 단어가 한국 사람들에게는 노이로제 같아요. 한국 사람들 만큼 성실한 사람이 없으니까.(웃음) 분주하게 살잖아요. 바쁘게. 근데 진짜 성실하게 산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닌 것 같아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매 순간을 소비하며 사는 게 성실이 아니라, 본인이 본인의 시간과 습관, 그리고 생각을 통제할 수 있는 삶. 그게 특히나 20대의 삶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어요. 지금 우리 모두에게 그런 삶을 만들어 갈 기회가 주어져 있고,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어요. 이 시기에 그걸 잘 해낸 사람은 직업세계에 들어가게 될, 가정을 꾸리게 될, 여러 책임을 지게 될 10년 이후의 삶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아일랜드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봤어요. 그렇게 살지 않으면, 한국인으로서 아일랜드에 정착해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났고요.



Q. 아일랜드에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요?


균 : 무엇을 위해 사느냐. 저의 경우는 제 삶의 목표와 방향성을 신앙을 빼놓고 설명하기가 힘들어요. 직업 소명설을 믿는데, 그건 본인에게 소명인 어떤 직업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자리에 있든, 어떤 곳에 있든, 어떤 일을 하든 맡겨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는 일이 소명이라는 의미거든요. 우리 삶의 태도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대개 직업을 퍼즐 조각을 맞추듯 생각하잖아요. "나한테 맞는 직업이 있을 거야"라고 하면서. 저는 그렇다기보다는 제게 주어진 자리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정말 선한 목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또한 주변 사람들이 저로 인해 변화되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아일랜드에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군대에 있든, 한국에 있든, 유럽에 있든, 어디에 있든,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내 주변을 살피며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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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남은 아일랜드 생활을 어떻게 할 건지. 계획이 있다면요?


균 : 3주 정도 남았는데, 독일, 체코 여행을 갈 거고요. 이제 한국에서 복학할 것 준비하고, 마음의 준비하고, 떠난다고 흔들리지 않고 싶어요. 오히려 한국에 가서 다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할 테니까 이 페이스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고 싶어요. 남은 시간 동안 할 일은 그런 것 같아요.




Q. 현재 꿈꾸고 있는 일이 있는지.


균 : 저는 산발적인 사람인데,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는 그래서 잘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저는 뭐든 할 수 있거든요. 자신감은 아닌데. 미래를 계획하고 염려하지 않아요. 아일랜드를 오게 된 것도 3-4년 전에 생각했던 일이 아니란 말이에요. 여기 있는 동안 배우게 된 점이 있고, 학교에 가면 거기서 또 배우는 점이 있을 테니 그게 기대가 되는 거예요. 10년 뒤에 뭐가 될지 꿈을 꾸는 것보다는. 내일 무엇을 배우게 될지 기대돼요.

막연하게는 제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요. 자동차에도 관심이 많아서, 기계가 될지, 미디어가 될지 모르지만, 당장은 학교 가서 무엇을 배우게 될지 기대해요. 학교 가서 성적을 잘 받아서 취업을 잘 해야겠다가 아니라.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을 가리지 않고 배워야겠다. 그리고 그게 내 삶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기대하는 마음. 그런 마음인 거죠.



Q. 앞으로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균 : 우리는 꼭 맞는 사람만을 찾으려고 하잖아요. 제가 진짜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과 같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렵죠. 누구든 그 사람과 같이 되는 것. 하지만 나 자신, 내가 없는 사람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나한테 확실한 신념과, 믿음이 있어야만 다른 사람과 같이 될 수 있죠. 우유부단한 것과는 달라요. 단단해지고 싶어요. 이런 말은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힘든 거죠.

또 하나 있다면. 요즘에는 결혼생활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 연애도 그렇고. 가정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웃음) 일단 좋은 남편이 되고 싶고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결혼생활이 갖는 의미는 제 불완전함을 불완전한 또 다른 이와 함께하며 완전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하나가 되는 거죠. 부부는 그래서 특별한 것 같아요. 연애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저에게 연애는 상대에 대한 책임감 안에서 철저하게 결혼으로 가는 연장선상에 있고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결혼생활 안에서 발견되는 행복의 기대가 크고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 이상을 가지고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과, 그런 이상 없이 살아지는 대로 사는 사람은 정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은 이상을 가진 부부는 반드시 그런 부부가 된다고 생각해요. 동상이몽이라고 하는데, 부부가 결혼 이후에 다른 목표를 가지고 살기 때문에 불행한 거잖아요. 저와 비슷한 이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고 싶어요. 저도 누군가의 자녀로서 자랐잖아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통해 훗날 어쩌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요. 꿈꾸는 결혼에 대한 이상을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제 것을 많이 포기해야 하지만, 제 것을 포기함으로써 오히려 제 이상을 이룰 수 있는 거죠.



Q. 그런 꿈들을 위해 준비하는 거나 계획하고 있는 게 있나요?


균 : 준비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죠. 실력을 갖춤으로써 제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핑계를 대지 않는 일 같아요. 열심히 해야죠. 그런데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스스로 선택해서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복학을 하면 선택한 과목들을 정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공부할 거고요. 기회가 되면 아일랜드로 대학원을 오고 싶어요. 영어공부도 꾸준히 할 거예요. 어떤 기회를 줄지 모르지만, 그래서 최선을 다해야겠죠.



Q. 아일랜드에 곧 올 사람들을 위해 혹은 여행자들을 위하여 아일랜드 팁이 있다면?


균 : 알려주고 싶지 않아요.(웃음) 왜냐하면 와서 직접 경험해봐야 할 것 같아요. 아일랜드는 모두에게 다 다른 곳이라 생각해요. 아일랜드가 되게 순수하잖아요. 누구나 처음 오면 백지 같은 상태일 텐데, 스스로가 경험하고 본인만의 프레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의 조언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의 조언일 뿐이죠. 팁이 있다면, 자신의 목적을 갖는 게 중요하겠죠. 그런데 목적을 설정할 때, 그 마음을 잘 살폈으면 좋겠어요. 그 목적이 과연 본인 욕심을 위해 단순히 어떤 세상에서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함인지, 선하지 않은 어떤 마음이 있는지. 목적에 대해 비평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낱낱이 살펴보고 목적의 정당함을 인정했을 때, 그때 비로소 제대로 된 나만의 아일랜드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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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본인에게 아일랜드란? 5글자로 말씀해주세요.


균 : 잔잔한 호수. 요동치는 물은 아무 것도 비출 수 없잖아요. 그런데 잔잔한 물은 그것을 들여다보면 하늘도 품고 있고, 새도 있고, 저도 있고, 많은 것들을 보여 주거든요. 저한테 아일랜드에서의 삶은 큰 요구가 없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깨끗하게 볼 수 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요구하는 것도 많고, 해야 하는 것도 많았고요. 그래서 선명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제게 아일랜드는 잔잔한 호수 같습니다. 선명해요. 해야 할 일 뿐 아니라 잘못하고 있는 것들도 깨끗하게 보여요. 바꿔야 할 습관들, 혹은 누굴 미워하는 마음도 되게 깨끗하게 보여요. 그런데 파도가 칠 때는 그게 안 보이잖아요, 그 파도에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든 거죠. 파도치는 물은 아무 것도 품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잔잔한 물은 새가 와서 앉을 수 있고요. 그래서 제가 잘못 가지고 있는 습관도 많이 봤어요. 그릇된 욕심도 봤죠. 한국에선 소유에 집착하는 문화가 있잖아요. 차도 좋은 거 타야 되고 집도 좋은 집에 살아야 하고, 그런데 여기는 확실히 덜한 거 같아요. 사람들이 소유에 집착 함으로서 잃어버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깨달았어요.



Q. 10년 뒤 이 글을 볼 당신에게 한 마디 하자면요.


균 : 마음 먹었던 것처럼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랑하며 살고 있는지 돌아보세요. 지금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면, 자녀에게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는지, 와이프를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지 서로 하나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웃음) 그런 것들을 잘 생각해보세요. 스스로를 돌아보세요.



Q. 인터뷰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균 : 생각을 말로 전하려니 어렵네요.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비전, 방향성, 삶의 목표, 이유는 철저히 제 종교적 본질 안에서 나오는 것 들이거든요. 삶의 본질, 인간의 존재 이유를 그런 데서 발견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지금 살고 있냐고 하면 그렇지 않거든요. 어려운 거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상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중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도 성숙해지도록, 지혜로워지도록 하려면 지금 얼마나 실천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인터뷰 덕분에 저에 대해 생각해 본 것들에 대해서,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균 : 사랑하세요. 사랑이 전부에요. (웃음) 그런데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설현같이 예쁘고 몸매 좋은 사람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라는 얘기는 아니고요. 모두가 우리 옆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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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없지만 인간의 믿음을 믿는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지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인간만의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는 그 가치에 관하여 다양한 형태로, 장르로 이야기하고 있다. 종교도 그 장르 중 하나가 아닐까. 지구에 존재하는 수만가지의 종교의 본질이 같은 이유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그 답을 사랑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 사랑하자. 지금, 여기 더블린 사람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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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터뷰, 글 : 채영(Lu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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