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홀리데이 그 후 1년, 다시 돌아온 유럽
여행 전, 내가 생각했던 삶의 사유 범위는 단순히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였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가 들어온 질문은 “뭐가 되고 싶니?”였고, 그 뭐가 되기 위해, 대학이라는 사회에 들어가 “어떻게” 할 건지만을 고민했으니까. 그러나 여행 후 한 가지가 추가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어디서” 살 것인가다. 인간은 시공간의 3차원 세계에 살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만, 나는 그 점을 무척이나 간과했었다. 그 범위를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몰랐었으나, 알아버린 이상 돌이킬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맛있는 음식 예를 들어 엽기떡볶이의 맛도 알아버린 이상 계속 찾지 않습니까?
사실 이번 여행도 부모님을 설득해야 할 일이었다. 한국에서는 지금 내 나이에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해야 하니까,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지만을 고민했던 부모님 세대에게는 “어디서”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내가 당연히 이해가 안 되실지도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 아이리쉬 친구는 웃으며 “야! 너 몇 살이야? 고작 24살인데? 너무 젊어. 그런 거 걱정하기엔 이르고, 무엇보다 어떻게든 되게 되어있어. 걱정하지 마.” 국제나이 너무 좋다. 그리고 세상에 내 아이리쉬 친구 같은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아마 욕심일 테고, 그것이 욕심인 것을 알아버린 이상 어쨌든 나는 선택해야 할 것이다.
나는 어디서 살며, 무엇을 어떻게 할까? 오늘도 이 질문을 끊임없이 내게 해보았으나, 아직은 답을 모르겠고 막연히 그려지는 모습이 있다. 여행이 끝나면 수묵화 같은 그림이 나의 필름 사진처럼 또렷해지길 바라며.
5일 7월 19년
아일랜드 더블린 스토니 베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