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합방을 시작했습니다. ('합방'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 느낌. 저만 음란마귀인가요.) 이전 글 중 남편과 각방을 쓴다는 글이나 어머님께서 내 아들이 외로울 것 같다 고 하신 글에 분명히 아이가 저를 내쫓을 때까지 계속 같이 잘 거라고 했었는데 말이죠. 어쩌면 남편이 정말 외로운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나 봐요.
제가 아는 외로움이라는 건 세상에 나 혼자인, 누가 봐도 외롭겠다고 얘기하는 그런 상황에서 느끼는 느낌. 그게 다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불쑥불쑥 남편이 외로운가에 대한 생각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마음 쓰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아이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아빠가 외롭다는데 그게 어떤 건지 모르지만 할머니 말씀이 계속 생각나니 잠들 때까지 옆에 있다가 아빠한테 가겠다고요. 안된다고 할 줄 알았어요. 전에 몇 번 물어봤지만 "무서워서 혼자 못 자".라고 했었거든요. 근데 그새 컸는지 "할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셨으니까 아빠한테 가봐." 그러더라고요.
그래, 방문 다 열고 자니까 자다 깨거나 무섭거나 하면 얼마든지 엄마를 부르라고 했습니다.
아이와 엄마가 너무 친해서 둘이 짝짜꿍이 맞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와 딸 사이가 좋은데 그걸 질투하거나 욕심내거나 외로움을 느낀다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걸 알려면 어머니가 말씀하신 그 외로움이 대체 무엇인지 알아야겠더라고요. 그렇게 10년 만에 남편에게 갔습니다. 그렇게 지내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아는 외로움이 다가 아니었구나. 엄마와 딸이 친한 거니까 이건 오히려 질투를 할 수 도 화를 낼 수도 없는 거예요. 제가 옆에 누워보니 (아무리 침대 끝과 끝일지언정) 내 옆에 사람이 있다는 그 느낌이 따뜻하달까요. 음, 더 정확히 얘기하면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 그런 느낌이 드는 거예요.
저는 10년간 아이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너무 귀찮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이가 조금만 움직여도 같이 일어나니까 푹 잘 수도 없고요. 잠들기 전에 한 시간씩 두 시간씩 이런저런 얘기하는 걸 다 들어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니까 그저 힘들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안 깨고 푹 자는 일은 없지만 옆에 사랑스러운 아이가 누워있음을 알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죠. 어머님께서 이 외로움을 말씀하신 건가 싶어 남편에게 미안했습니다.
아이가 푹 잘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이가 잠들면 남편에게 와 눈을 붙이는데 서너 번은 깨서 아이에게 가 봅니다. 푹 자지 못하니까 매일 낮잠을 잡니다. 그리고 저보다 더 자주 들여다보는 남편을 발견합니다. 이게 부모마음인 건지 어이없어서 실소가 나오는데 대체 가족이 뭔지 알다가도 모르겠고 요즘은 낮잠 없이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들어보니 남편도 매번 점심 일찍 먹고 잔다더라고요. 낮잠 안 자는 사람이거든요. 자식과 부모 그리고 부부가 뭔지 생각하게 되네요. 아마 아이가 개학하면 다시 아이 옆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겠죠. 그래도 남편의 외로움이 뭔지 알았고 어머님 말씀에 최소한의 액션은 취했으니 스스로 칭찬해 봅니다. 엄마노릇 아내노릇 이리도 힘들어요.
그냥저냥 살다 보면 결혼한 지 10년 20년 지나있고 이런 건지 알았는데 순간순간 마음을 쓰고 정성을 쏟아야 긴 시간을 부부로 부모로 사는 거구나 싶네요. 정말 뭐 하나 쉬운 게 없어요.
그래도 좋은 점은 새벽에 일어나 두런두런 얘기할 시간이 주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일얘기 아이얘기 서로에 대한 얘기도 하다 보니 남편에게 고맙더라고요. 당연하다 여겼지만 막상 알고 나니 제법 서로 애쓰며 살고 있구나 싶으면서 고맙고 애잔한 느낌이 들었달까요.
그리고 정말 신기한 건 아이와 아빠 사이가 너무 애틋합니다. 원래 아빠 혼자 일방통행이었는데 요즘은 아이가 더 난리예요. 아마 남편은 결혼 후 처음으로 살맛 나는 인생을 살고 있을 거 같네요. 역시 남편 위하는 사람은 어머님뿐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