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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좋은그녀 Aug 12. 2023

잘 지내셨어요.

보고 싶었어요. 

살면서 이렇게 긴 시간 허우적거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덕분에 절로 다이어트가 되었고요. 40대에 마음고생으로 다이어트되면 아시죠. 그냥 얼굴만 늙는다는 것을요. 지나고 보니 긴 시간 아팠던 것이 나쁘지만은 않았는데 아쉬움이 좀 남네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부정 오브 더 부정이 되면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는 상태가 되잖아요. '어, 나 이러다가 큰일 나겠는데' 싶을 때 누군가에게 얼른 솔직한 상황을 얘기했다면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털고 나니 고마운 사람들이 왜 얘기 안 했냐고 서운해하더라고요. 나쁘게 살지만은 않았나 봅니다. 처음 겪는 일이라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놀랍게도 배도 안 고프더라고요.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니 음식이 안 들어가더라고요. 이 몸무게가 언제였는지 아마 중학생 때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빠졌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다이어트 중에 최고는 마음고생 다이어트 라고 하던데 젊었을 때는 모르겠지만 40대 이상이 되니 쌩으로 늙네요. 


힘들어보니 아픈 분들 많이 계시겠구나 싶었고 그분들이 어떤 방법으로든 건강하게 빠져나오길 바라게 되더라고요. 매우 이타적이지 못한 사람인데 정신 차리라는 하늘의 계시였나 봅니다. 

그리고 사실은 A인데 생각의 생각으로 X나 Y 쯤에 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싶으면서 몸이 안 힘들어서 생각이 많은 건가 생각도 정도가 있지 세상에 진짜 너도 너다' 싶었어요. 우리 모두 힘듦이 있지만 그걸 굳이 다 꺼내서 셀프로 아파할 필요는 없었는데 그럴 필요가 있어서 그랬는지 털고 나니 나이 들었나 싶기도 하고요. 어쩌면 다시없을 거 같은데 손가락 발가락이 열개씩인 게 너무 감사해서 오열하기도 했습니다.

어지간히 힘들었나 봐요. 덕분에 마음도 많이 편해졌고 문득문득 숨 쉬는 것도 알게 되고 그게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요. 빠져나오는데 가장 힘이 된 게 바로 글쓰기였습니다. 차마 발행은 못했는데요. 하루종일 쓰면서 마음을 들여다 보고 감정도 많이 해소시키면서 정말 큰 도움을 받았어요. 안 쓰는 사람이었으면 아직 허우적 대고 있었을 거예요. 

쓰는 사람일 때는 잘 쓰고 싶다 더 잘 쓰고 싶다였는데 살려고 쓰다 보니 잘 쓰는 건 남의 일이 되어서 쓰기만 하자는 거였는데 글쓰기가 이렇게 치유의 능력이 있다니 놀랐습니다.


혹시 독자님들 중에 요즘 많이 힘든 분들 계시다면 꼭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이 글은 못 보시겠지요. 힘들어 보니 글 못 읽어요. 안 읽혀요.)


더 젊었으면 이걸 성장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평했을 거 같고요. 더 나이 들어서 알았으면 아쉬움이 남을 거 같은데 40대 초반에 이렇게 크게 한번 아프고 나니 감사하면서 불평도 좀 덜하고 가족한테 더 잘해야지 싶고 근본에 더 집중하게 되었달까요. 인간이란 망각의 동물이라 좀 살만해지면 또 헤집고 다니겠지만 아프면서 큰다더니 이 말이 애들 말고 어른한테도 해당되나 봅니다. 


나쁜 점만 있었던 건 아니어서 크게 넘어져 보길 잘했다 셀프 칭찬을 하면서 남은 올 한 해 이것저것 사부작 거려 볼 참이에요. 

무서웠거든요. 누가 대단한 결과를 가져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잘하고 싶은 그 마음이 넘치고 넘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어요. 머리로만 알던걸 크게 깨달은 또 하나는 남들은 (나 제외 전부) 나에게 이렇게 관심이 없나 싶을 정도였다는 거. 

사부작 거리는데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다가 아무것도 안되면 창피할 거 같잖아요. 그들의 삶도 퍽 어려워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아니고 안 들어요.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거 같습니다. 휴가는커녕 어디 놀러도 못 갔는데 방학이 끝나가고 있어요. 다행입니다. 겨우 3주여서 아무것도 아닐 줄 알았는데 학원 없는 방학은 이번이 마지막이었던 걸로요. 

차라리 돈을 쓰고 모녀사이를 지키겠어요.   

방학 동안 부모님들 아이들 모두 애쓰고 고생했습니다. 겨울 방학이 오기 전까지 선생님들께 미리 감사를 드립니다. 

독자님들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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