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근파근의 대명사
엄마여서 아이 먹거리에 관심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만들어줄 재주는 없어서 다양하게 사 먹일 뿐이죠. 그런데 매일 먹는 간식이 꽤 오랫동안 빵이나 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어요. 속으로 '정제된 밀가루를 너무 많이 먹이고 있는 거 같은데'라는 생각은 했지만 별 다른 수가 없었어요. 뭐든 주기만 하면 척척 받아먹는 아이도 아니고 주방에 들어가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은 엄마여서 적당히 흐린 눈 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홍감자를 알게 되었고 안 먹으면 어떡하나 싶었지만 그렇다면 내가 먹지 뭐 하고는 주문을 했습니다.
5kg를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는 옆집에 든든히 나누고 하교 시간에 맞춰 밥솥에 찌기 시작했어요. 오랜만에 옛날 생각도 나고 좋더라고요. 어릴 때는 과자나 빵이 웬 말이에요 감자 옥수수 고구마 다시마튀각이 간식이었거든요. 최애는 다시마튀각이었습니다.
(저녁찬으로 먹으려고 식탁 위에 두었는데 오며 가며 다 집어 먹어서 많이 혼났죠.)
감자 찔 때 그 구수한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지는데 행복하더라고요.
아이도 그 냄새가 좋았는지 배가 너무 고팠던 건지 순순히 잘 먹더라고요.
물론 한참 먹다가
"설탕을 먹으려고 감자를 먹는 거야?"
라고 했지만
빵에는 그 보다 더 많은 설탕이 들어간다는 걸 모르는 아이에게 그저 많이 먹으라고 했습니다.
역시 여름 간식은 감자랑 옥수수지 하며 오랜만에 저도 너무 맛있게 먹었네요.
아이 먹거리에 정성을 다하지 못해 항상 죄책감이 있었어요.
(전업주부는 왜 때문에 1분 1초가 죄책감인 건가요.)
이유식부터 유기농 재료 사서 다듬고 요리하고 망하고 버리고를 제법 하다 보니 이럴 거면 사 먹는 게 낫겠네 싶어 모른 척하고 살았는데 홍감자 덕분에 슬슬 사부작 거려 볼까 싶습니다.
혹시나 우리 아이가 너무 자연 간식과 거리가 멀어 걱정인 독자님들 계시다면 정제된 밀가루를 원 없이 먹여 보시기 바랍니다.
아이도 살려고 본능적으로 자연 간식을 찾아올 겁니다.
주말인데 비예보까지 있어 집콕이 예상되는데 홍감자가 있어 위안이 됩니다.
(거짓말입니다. 홍감자가 아무리 맛있다 한들 48시간을 책임질 수는 없어요. 초당 옥수수랑 신비복숭아에게도 도움을 요청해 볼까 봐요.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닌텐도가 최고겠지요.)
한동안 마음이 가라앉아서 댓들을 닫았는데요. 댓글 열어달라는 요청이 있어 (한 분) 열어두겠습니다.
오랜만에 댓글 여는 글 치고는 알맹이가 없어 죄송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