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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좋은그녀 Jun 06. 2023

연휴가 4일이면 부부싸움이 납니다

양고기가 대체 뭔데

남편은 지금 양고기 손질 중입니다. 양고기를 좋아하지만 한번 외식하면 그 값이 만만치 않고 아이는 양고기를 먹지 않아 밥을 또 해야 하다 보니 그럴 거면 차라리 집에서 구워 먹자는 심산이었습니다. 오롯이 남편의 의견이었을 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저 외에 타인이 주방에 들어가는 것이 매우 불편해서요. 아이나 남편이라고 해도 말이죠. 일단 뭐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쉴 새 없이 저를 찾습니다. 그리고 엉망일지언정 굶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데 자주 쓰지 않던 무언가를 원할 때 싸움은 시작됩니다.


이제 슬슬 쏟아져 나옵니다. 왜 정리가 안되어 있냐 예전에 있던 그건 어디 갔냐 또 버린 거냐 등등등 몇 만 원 아끼는 것 너무나 중요하지만 이렇게 한번 어긋나 버리면 그날 저녁은 고사하고 사온 식재료조차 버려집니다. 서로 기분은 상할 대로 상했고 불만이 터져 나와 괜히 아이까지 굶게 되는 일이 생기죠. 두 번 먹을 거 한 번만 먹으면 될 텐데 도대체 왜 주방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건지 아무리 음식이 맛있다 한들 치울 거 생각하면 돌던 입맛도 없어집니다.


그런데 남편이 트레이더스에서 1도 손질이 안된 양고기를 집습니다. 정 먹고 싶으면 제발 손질이라도 된 걸 사라는데 비싸서 안 되겠대요. 고기 손질이 그렇게 쉬웠으면 뭐 하러 정육점에 가요 마장동 가서 덩어리로 떼오지. 게다가 양고기는 남편과 저만 먹는데 먹으면 얼마나 먹겠어요. 결국 주말까지 기다리다가 상해버린 고기를 돈 내고 버릴게 뻔한데 참아 봅니다.


주방에서 칼질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마음이 심란해서 쓰는 중입니다.

결과물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맛있어도 맛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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