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운좋은그녀 Jun 22. 2023

"내 아들이 외로울 거 같아."

시어머니는 역시 시어머니

어머님을 좋아해요. 엄마보다 더 잘해주시거든요. (엄마 미안) 친구들이나 동생조차도 저를 부러워하는 이유가 어머님 아버님 때문이라면 말 다했죠. 네, 알고 있고 늘 감사해요. 그리고 이렇게 잘해주시는 이유가 제가 예뻐서라기보다 정말 큰 그림 그리는 분들 현명하고 지혜로운 분들이라서라는 것도 압니다. 그래야 제가 어머님 아들한테 잘할 테니까요. 알지만 감사해요. 


해서 쇼핑하다가도 외식하다가도 

"이거 완전 어머님 옷이네. 사야겠어." 

"아버님 이거 좋아하실 거 같지 않아? 사다 드리자." 

"여기 맛있네. 다음에 어머님 아버님이랑 같이 오자. 저기 보니까 연세 드신 분들도 많이 오셨네."

끊임없는 시부모님 소환이 있습니다. 


남편이 좋아하겠다 싶으신가요. 글쎄요. 고마운데 말을 안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저 그렇습니다. 그래도 어머님이 항상 고맙다고 최고라고 해주셔서 뿌듯합니다. 


그렇게 잘 지내고 있는데 아까 전화통화에서 그러시네요. 

"내 아들이 너무 외로울 거 같아. 안 그러냐."

"네? 외롭다고요? (뭐가 외롭다는 건지...) 제가 더 신경 쓸게요."

"아니, S도 이제 다 컸는데 언제까지 같이 잘 거야."

"곧 있으면 혼자 잔다고 할 거예요. S도 언제까지 저랑 잔다고 하겠어요."


이런 말 정말 안 하는 분이라 기분이 상한 것은 사실이지만 생각이 많아지네요. 

길어야 2~3년만 지나면 같이 자는 것뿐 아니라 같이 뭔가를 하는 일이 거의 없을 거 같은데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까. 요리보고 조리 봐도 외로움의 외자도 안 보이는데 어디서 느끼셨을까. 

이 말을 내뱉으시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을까 싶어서 그저 시금치가 속을 긁으려고 그러나 쯤으로 치부할 수도 없는데 말이죠. 


이전에 각방 얘기도 시어머니 얘기도 쓴 적이 있는데 후회하고 싶지 않아 아이가 원할 때까지는 같이 자고 싶은데 정말 뭘 놓치고 있는 건지 저희 잘 지내는데 문제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니 마음이 무겁네요. 


이전 글에 그런 댓글이 있었어요. 잘 때 옆에 누가 없으면 외롭다고요. 이십여 년을 혼자 잤지만 외롭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데 제가 무딘 걸까요 남자 여자가 다른 걸까요 나이 들면 외로움을 타는 걸까요 부모눈에만 보이는 외로움이 있는 걸까요 대체 뭘까요. 


어머님 눈에는 다 컸겠지만 저에겐 한없이 아기라 여전히 새벽에 이불 덮어주고 토닥여주는데 어머님 아들을 그렇게 해주길 바라시는 건 아닐 텐데 말이죠. (설마 아니겠죠..)


아이가 혼자 자겠다고 하면 그때 어머님 아들과의 합방을 고려해 볼게요. 혹시 다른 게 마음에 안 드시는데 돌려서 말씀하신 건 아니겠지 단정 지어 봅니다. 안 그러면 상상의 나래 덕에 부부싸움 날 거 같거든요.  




어머님께. 

편안한 결혼생활을 위해 어머님은 계속 좋아할 거예요. 

그리고 어머님이 누구보다 저희가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신 말씀이라는 걸 알기에 곰곰 곱씹어 볼게요. 

어머님 아들 외롭지 않게 제가 이방 갔다 저 방 갔다 해보겠습니다. 

잠을 잔 건지 안 잔 건지 몰라 피곤에 절어 엄마노릇 아내노릇은 못하겠지만 어쩌겠어요.  

오랜만에 일찍 퇴근한 어머님 아들과 서먹해졌네요. 

이런 걸 바라신 건 아닌 거죠. 







 

작가의 이전글 햇빛 눈이 부신날에 감기 걸려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