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어요. 복날을 챙기는 분들이 복날이 아니면 백숙을 못 먹는것이 아니라는 걸요. 그저 복날을 챙기는 그것이 삶의 낙 중 하나인 거죠. 장마로 꿉꿉한 날씨든 불볕더위로 에어컨을 켜고 요리를 해도 육수가 뽑아져 나오는 날씨든 식구들을 위해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드는 그 정성과 마음이 사는 이유인 거죠.
그런데요 꼭 그것에서 삶의 낙을 찾지 않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닭을 먹어야 한다면 치킨을 먹을 테다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안 그래도 더운데 왜 더운 음식을 먹어야 하냐고 시원한 음식 먹고 싶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요. 요즘 누가 복날을 챙기냐고 귀찮아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감사한 일인데 사실 그렇잖아요. 이제 먹고 싶은 음식을 특정한 날이 아니어도, 주방 불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좋은 세상에 살고 있잖아요.
그냥 먹고 싶은 음식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맛있게 즐겁게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주말부터 초복을 어떻게 보낼 건지 의견이 오갑니다.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중복과 말복도 있으니 한 번쯤 지나가길 바랐는데 다행히도 일정이 안 맞아 각자 알아서 챙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꼭 챙겨 먹으라는 그 말이 귀에 계속 맴돕니다.
직장인인 남편은 회사에서 학교 다니는 아이는 학교에서 먹었는데 이걸 왜 또 먹어야 하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괜히 뿔이 나서는 마트에서 라면을 잔뜩 삽니다.
보란 듯이 라면을 끓이려고요.
라면 사는데 사장님께서 백숙재료 안 사냐고 그러시더라고요.
"다들 백숙 백숙 해서요. 저는 라면 먹을 거예요."
못된 심보라 그런지 평소에 좋아하는 백숙인데도 먹고 싶지 않더라고요.
괜히 매콤한 라면이 먹고 싶었어요.
먹고 싶은 음식 도란도란 얘기하며 맛있게 먹으면 그게 복날 아니겠어요.
백숙하기 싫어서 꾀부리는 거 맞는데요.
복날 아니어도 충분히 잘 먹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달력 만드는 분들 복날 좀 없애 주세요.
엄마 역할 며느리 역할 하느라 불 앞에 서있어야 하는 저는 백숙이 싫어지려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