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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낭만 Jun 26. 2020

나의 허세

퇴사하고 알게 된 진실

나의 허영, 허세

거의 퇴사 후 매일 아침,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시댁으로 가 아이를 맡긴다

그리고 남편이 회사 셔틀버스를 탈 수 있는 곳까지 간뒤 거기서부터는 직접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약 1시간 30분 정도의 긴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가끔 귀찮아서 차라리 하루 종일 애를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하며 육아를 하고 있기도 함)

이상하게 그렇게 운전대를 잡고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면서 집에 오는 길은 30분 이상 걸려 막히는 도로가 하나도 지루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리고 심지어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나의 허세가 발동한다

초보운전이면서 마치 배테랑 인척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고, 브레이크를 아주 부드럽게 밟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렇게 기분 좋은 허세를 부리며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서려고 하는데 그 앞에 노란 유치원 차와 유치원 차에 등교시키는 엄마들이 보였다

나는 그때도 허세 가득한 나만의 세상에서 살면서 ‘봐라’ 나 지금 운전한다?!라는 뉘앙스로 엄마들을 바라보았고

그때 그 차를 뒤로 보낸 채 깨달았다. 내 미래일 텐데 이 모습이...


그때 진짜 머리가 반짝하더니 허세고 허영이고 다 깨져버렸다

현실 직시

아,

나는 지금 쉬는 날이 아니다

정말 그야말로 백수인 거다

나는 30분 동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마치 회사의 커리우먼처럼 과장 타이틀을 아직도 달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회사를 다닐 땐 그렇게 내가 뭐해먹고살면 좋을까?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 나를 위해 살고 싶다고 간절하게 빌었는데

막상 이렇게 퇴사를 하고 보니 나의 그 허영심 가득했던 타이틀이 갑자기 그리웠나 보다

그런데 그냥 타이틀이 부러운 거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럼 그 타이틀을 새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내가 좋은 회사를 만들어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건 또 쉽지 않은 거겠지 어쨌든 이런 시간들이 모여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거라 생각한다


근데 퇴사는 진짜 잘했다

나를 위해 쓰는 이 시간들이 돈으로 환산이 안됨!

포스트 한그릇 말아 먹고 왔더니 갑자기 행복해졌다ㅎㅎㅎㅎ


오늘은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baby shower를 준비해야 하니깐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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